하와이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내리긋는 녹색 광선 여러 개가 천문대 망원경에 잡혔다. 영화 ‘매트릭스’ 특유의 코드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 광선의 정체는 인공위성의 레이저 스캔이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1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달 말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설치된 스바루 망원경의 야간 카메라가 잡은 기묘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1월 28일 별이 쏟아지는 마우나케아 산정 위의 밤하늘을 담고 있다. 약 1초에 걸쳐 가느다란 녹색 광선이 차례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기현상이 포착됐다.

지난달 말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의 스바루 망원경 야간 카메라가 잡은 인공위성의 레이저 스캔 <사진=NAOJ 공식 홈페이지>

일반에 생소한 이 현상은 지구 저궤도에 뜬 인공위성의 레이저 스캔이 원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인공위성 ‘아이스샛-2(ICESat-2)’ 같은 기종은 레이저 고도계를 가졌는데, 초당 1만 번 레이저 펄스를 쏴 빙하의 상태를 관찰한다.

NAOJ는 “지구 저궤도에 뜬 관측용 위성의 지구 스캔이 우연의 일치로 카메라에 잡히면서 현란한 레이저 쇼를 감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어떤 위성이 레이저 스캔을 실시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초 NASA의 ‘아이스샛-2’가 유력했지만 이 위성을 운용하는 담당자들은 NAOJ의 영상을 보고 가능성이 낮다고 부인했다. 이들은 오히려 중국 대기 환경 관측 위성 ‘Daqi-1’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NASA의 '아이스샛2' 위성의 레이저 스캔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해당 위성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비롯해 지구 대기의 오염 상황을 자세히 감시하기 위해 제작됐다. 대기 검출 라이다(LiDAR)을 비롯해 총 다섯 가지 원격 탐사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NAOJ는 지난해부터 스바루 망원경 주변에 야간 카메라를 설치하고 운석우 등 진귀한 우주 현상을 종종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발사되며 밤하늘에 만들어낸 거대한 나선은하 같은 광원을 공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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