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 중인 화성 탐사 로버 ‘인사이트(InSight)’가 엄청난 모래폭풍을 맞아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했다. NASA는 발전량이 급감한 ‘인사이트’의 관측 활동을 일단 중단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달 초 화성 모래폭풍에 노출된 ‘인사이트’의 발전량이 급격히 떨어져 현재 본체는 물론 화성 지진계(Seismic Experiment for Interior Structure, SEIS)의 작동을 정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JPL에 따르면, NASA의 화성 정찰 위성(Mars Reconnaissance Orbiter, MRO)이 지난 9월 21일 처음 관측한 화성 모래폭풍은 8일 뒤 지구의 어지간한 대륙 크기까지 세력을 키웠다. 당시 모래폭풍은 초속 약 27m였는데, 화성은 중력이 작아 대기가 희박하므로 폭풍의 강도는 지구의 그것보다는 훨씬 약하다.

제작 단계의 인사이트. 원형으로 생긴 양쪽의 둥근 패널이 태양광을 받아 발전하는데, 모래폭풍으로 먼지로 뒤덮이면서 발전량이 크게 떨어졌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문제는 모래폭풍 탓에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먼지다. 화성 표면의 먼지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 다시 지표면에 떨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9월 21일 모래폭풍은 ‘인사이트’로부터 약 3500㎞ 떨어진 곳에 발생했지만 이달 3일쯤 ‘인사이트’ 주변의 대기 중 먼지 농도는 40% 넘게 치솟았다.

JPL은 “화성 남반구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의 영향이 인사이트 착륙 지점 주변까지 미쳤다”며 “‘인사이트’의 태양광 배터리에 먼지가 두껍게 쌓이고 있어 착륙 초기와 비교해 발전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11월 27일 화성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한 ‘인사이트’는 화성의 내부 구조 해명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착륙 다음 달 SEIS를 가동해 지금까지 1300건 넘는 화성 지진을 관측했다. 지난 5월 4일 사상 최대인 리히터 5의 화성 지진을 감지했고 최근 운석 충돌 지진파와 음파를 분석, 크레이터의 위치까지 특정했다. NASA는 SEIS의 정보들을 통해 화성의 핵이 액체라는 사실과 화성 지각의 두께를 알아냈다.

NASA의 MRO가 지난 9월 29일 촬영한 화성 사진. 뿌옇게 보이는 것이 모래폭풍이 일으킨 먼지들이다. 인사이트는 물론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 등 다른 화성 탐사 로버 역시 먼지의 영향권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모래폭풍으로 인해 ‘인사이트’의 전력 발전량은 1솔(화성의 1 태양일, 약 24시간40분) 당 275와트시(Wh)까지 떨어졌다. 화성 착륙 당시 1솔 당 약 5000Wh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지난 9월 17일 1솔 당 평균 420Wh와 비교해도 발전량이 너무 떨어졌다. 화성의 계절 변화에 따라 햇볕이 약해지는 와중에 발전용 패널에 먼지까지 쌓여 ‘인사이트’가 자력으로 얻는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탐사 로버에 탑재되는 태양전지들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발전량이 떨어진다. 지진파 검출을 위해 SEIS는 지금까지 24시간 체제로 가동됐지만 ‘인사이트’ 자체 운용이 불가능할지 몰라 JPL은 부득이 SEIS를 2주간 작동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JPL은 ‘인사이트’가 예정된 일정은 충분히 소화할 것으로 낙관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관측 장치를 끄면 그만큼 오랫동안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운용팀은 더 많은 과학적 성과를 얻기 위해 2주 뒤 SEIS를 재가동할 예정이며, 이후 발전량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이트’의 임무가 올해 10월 말에서 내년 1월 사이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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