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 과학에 정통한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친모가 노예였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나폴리대학교 역사학 연구팀은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다빈치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이지만 어머니 카테리나는 캅카스 지방에서 끌려온 노예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르네상스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다빈치는 회화 등 예술과 물리학, 수학, 천문학, 의학 등 다방면의 학문에 정통했다. 그의 모친은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소작농으로 알려졌는데, 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를 주도한 나폴리대 카를로 베체 교수는 “카테리나는 캅카스 산에서 데려온 체르케스인 노예로 콘스탄티노플과 베네치아에서 여러 차례 노예상에 매매됐고 결국 피렌체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렌체를 떠돌던 카테리나는 젊은 공증인이던 피에로 다빈치와 만나 훗날 위대한 대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출산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피렌체 공문서관에 보존된 문헌들이다. 베체 교수는 “다빈치의 부친은 카테라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다만 장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아내를 노예로부터 해방시켜야 했다”며 “그가 직접 작성한 문서에는 카테리나를 노예에서 개방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아준다는 대목이 적혔다”고 말했다.
교수는 “1452년 날짜가 적힌 이 문서를 분석한 결과, 피에로 다빈치는 노예 카테리나를 무척 사랑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레오나르도가 부친 피에로 다빈치와 토스카나의 젊은 소작농 카테리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여겨진 기존 시각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1452년 피렌체의 외딴 시골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는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다. 노년까지 활발한 연구와 저술, 작품활동을 펼쳐 그 유명한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남겼고, 물리학, 해부학, 병기 공학, 생물학 등 방대한 전문 지식을 쌓아 명성을 떨쳤다. 말년은 프랑스 앙보아즈에 자리한 프랑수아 1세의 궁정에서 보냈고 거기서 1519년 사망했다.
베체 교수는 “외벌이지만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운 카테리나의 생활력이 총명한 다빈치의 사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모친이 아들에게 위대한 능력과 자유의 정신을 남긴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세밀하게 정리, 향후 국제 학술지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