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태양의 조석력이 균형을 이룬 약 10억 년 동안 지구의 하루는 19시간이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지구의 사춘기'와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이 쏠렸다.

중국과학원은 12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약 20억 년 전부터 10억 년간 지구가 1회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금보다 5시간 짧은 19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지질학 연구팀은 '지구의 사춘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루한 10억 년(Boring billion)'이라고도 하는 '지구의 사춘기'는 18억 년 전부터 10억 년간 지속됐다. 환경·진화적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가 없는 밋밋한 시기로 생각된다. 천체의 숙명인 진화를 지구가 거부했다는 의미에서 사춘기라고 부른다.

지구 자전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다만 지구의 하루 길이가 19시간에 불과하며, 이런 현상이 무려 10억 년 지속됐다는 연구 결과는 처음이다.

달과 태양의 조석력이 균형을 이룬 약 10억 년 동안 지구의 하루는 19시간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지구의 밀란코비치 사이클(Milankovitch cycle)이다. 이는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와 관련된 주기적 운동들을 뜻한다. 실제로 공전궤도 이심률 등 여러 요인으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는 주기적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특히 연구팀은 태양과 달의 기조력에 의한 세차운동에 주목했다. 질량으로 따지면 태양이 달보다 훨씬 크지만 지구를 기준으로 거리가 멀기 때문에 태양에 의한 기조력은 달의 0.46배에 불과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달의 조석력은 모종의 마찰을 만들어 지구 자전에 제동을 걸지만 태양의 조석력은 지구 자전에 속도를 붙인다"며 "현재 달의 조석력은 태양보다 강하지만, 아주 옛날 지구가 달로부터 받는 영향은 훨씬 작았다"고 말했다.

달의 조석력이 태양을 앞질러 지구의 자전 시간이 길어진 시기서 지구의 산소량이 급증한 때와 맞물린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과거 어느 시점에서 달과 태양의 조석력이 균형을 이룬 시기가 있었다"며 "지금까지 쌓인 밀란코비치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정했던 때는 약 20억 년 전부터 10억 년간이라는 게 우리 계산"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학원이 특정한 10억 년은 '지구의 사춘기'와 겹친다. 지루한 10억 년이 지나면서 지구의 산소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점에서 지구 자전 시간의 증가, 즉 낮 시간의 확대가 대기와 생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낮의 길이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산소의 양을 좌우한다"며 "광합성 세균이 현재 수준으로 산소를 늘리려면 낮이 지금처럼 길어야 한다는 가설이 있는데, 이번 발견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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