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소행성 충돌 당시 단 이틀 만에 거의 모든 대륙 연안에 초대형 쓰나미가 덮쳤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연구팀은 4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약 6600만년 전 공룡을 포함한 지구상 생물 75%를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당시 쓰나미의 위력을 재구성한 시뮬레이션 내용을 발표했다.
멕시코 남부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운석공(크레이터)을 만든 소행성 충돌을 시뮬레이션한 연구팀은 당시 1.5㎞ 높이의 거대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기존 주장이 사실로 보이며, 쓰나미가 불과 48시간 만에 지구상의 거의 모든 해안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당시 소행성 충돌의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의 위력이 지구 뒤편의 해반 퇴적물을 교란·침식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상을 지배하던 공룡을 포함해 지구상 생물의 3/4 이상을 순식간에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소행성 충돌은 맹렬한 화재로 동물을 태워 죽이거나 유황을 포함한 암석을 산산조각 내 위험한 산성비를 내리게 했다”며 “지구를 장기간 한랭화한 것도 소행성 충돌의 영향”이라고 전했다.
당시 발생한 쓰나미에 대해서는 “지구상 생물의 75%를 날려버린 백악기 말 ‘K-Pg 대멸종’은 폭 14㎞의 소행성이 시속 4만3500㎞로 지구에 충돌한 결과로 가정됐다”며 “당시 발생한 쓰나미의 순간적인 높이는 4.5㎞로,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쓰나미의 초기 에너지는 23만명 넘는 사망자를 낸 2004년 12월 수마트라 지진 쓰나미의 무려 3만 배”라고 추측했다.
이 관계자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자 지름 100㎞의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충격으로 대기 중에 고밀도의 먼지와 그을음으로 찬 구름이 떠올랐을 것”이라며 “충돌로부터 불과 2분30초 만에 방출된 물질들이 커튼처럼 바닷물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파도 높이는 일시적으로 4.5㎞나 됐다가 다시 지표로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분 뒤 충돌 지점에서 약 220㎞ 떨어진 멕시코 만을 높이 1.5㎞의 쓰나미가 종횡무진 누볐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 시간이 더 지나 쓰나미는 멕시코 만에서 벗어나 북대서양으로 진출, 4시간 뒤 중앙아메리카 해로를 빠져나와 태평양에까지 도달할 만큼 빨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에서 쓰나미는 소행성 충돌 하루가 지났을 무렵 태평양과 대서양 대부분을 횡단했고 인도양은 동서쪽에서 밀려온 쓰나미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소행성 충돌 48시간 후 쓰나미는 지구 대부분의 해안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당시 쓰나미가 칙술루브 크레이터에서 1만2000㎞ 이상 떨어진 뉴질랜드 동부 섬에도 흔적이 남겼다고 결론 내렸다. 쓰나미가 이 지역 암석이나 지층에 충격을 줘 지표가 직접 드러나는 노두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이 지역의 노두는 국지적 지각변동이 원인으로 생각됐으나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소행성 충돌이 야기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사 관계자는 “이 지역 노두는 소행성 충돌로 인한 쓰나미의 영향을 보여주는 결정적이로 유일한 증거”라며 “향후 연구에서 쓰나미가 덮친 대륙 연안부에서 일어났을 홍수의 규모까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