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99.3% 흡수하는 신소재 닉실론(Nxylon)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닉실론은 페인트 같은 도료가 아니라 목재 기반의 소재로, 전혀 관계없는 실험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필립 에반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닉실론의 발견 과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고에너지 플라즈마를 이용해 목재 발수성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다 닉실론을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박사 과정 학생 케니스 쳉 연구원은 "고에너지 플라즈마를 목재 섬유를 수직으로 절단한 면에 사용했더니 표면이 시커멓게 변색됐다"며 "한눈에도 일반적인 검은색이 아니어서 이를 면밀히 분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피나무를 섬유질 수직(상단) 및 수평(하단)으로 자른 뒤 고에너지 플라즈마로 단계별 처리하는 실험에서 닉실론(f)이 발견됐다. <사진=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에 동원된 목재는 참피나무였다. 연구팀은 참피나무를 섬유질에 따라 수직과 수평으로 각각 절단하고 고에너지 플라즈마로 표면을 가열했다. 플라즈마의 출력을 점점 높이자 수직으로 절단한 참피나무 단면은 원래 조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같이 변했다.

필립 에반스 교수는 "미국 텍사스A&M대학교의 협조를 얻어 변색된 목재의 구조를 함께 살펴본 결과, 검게 그을린 참피나무 단면은 가시광선의 99.3%를 흡수했다"이는 빛의 97.5%를 흡수하는 일반 흑색 도료보다 효율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빛 흡수 페인트는 몇 가지 제품이 나와있다. 일본 광학 업체 오리엔트재팬은 2020년 5월 빛 흡수율 99.2%를 실현한 초저반사도료 흑색무쌍을 선보였다. 흑색무쌍은 발표 당시 세계에서 빛 흡수율이 가장 높은 초저반사도료로 기록됐다. 닉실론은 도료는 아니지만 흑색무쌍을 뛰어넘는 빛 흡수율을 실현했다.

일본 업체가 2020년 선을 보인 초저반사도료 흑색무쌍. 닉실론은 이보다 빛 흡수율이 0.1% 높다. <사진=높은 빛 흡수율 도료를 절반 칠한 사과 <사진=光陽プロダクト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りんご + 黒色無双' 캡처>

연구팀은 우연히 손에 넣은 소재에 그리스 신화의 밤의 여신 닉스(Nyx)에 그리스어로 나무를 뜻하는 크쉴론(Xylon)을 더해 닉실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필립 에반스 교수는 "닉실론은 전도성을 부여하기 위해 금을 표면에 코팅해도 빛 흡수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이는 닉실론의 빛 흡수력이 도료와 달리 표면 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닉실론을 적용한 주얼리와 시계(왼쪽). 오른쪽은 500W 세기로 플라즈마 처리한 참피나무의 X선 마이크로 단층 촬영 화면 <사진=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닉실론은 참피나무 같은 나무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가볍고 단단하며 가공도 쉬운 편"이라며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우주공학 등 첨단 분야부터 일상생활에 걸쳐 다방면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닉실론을 시계와 주얼리에 응용하는 스타트업을 설립할 예정이다. 향후 건물 천장이나 벽 등 큰 면적에 적용 가능한 닉실론 생산을 위해 초대형 플라즈마 표면 처리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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