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한 몸체에 은은한 빛을 발하는 신비로운 심해 생물이 수중 카메라에 포착됐다.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이 생물에는 수수께끼의 연체동물(mystery mollusk)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BARI)는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만 앞바다 수심 2614m 심해에서 카메라에 담긴 신종 심해 생물을 소개했다.
갯민숭달팽이(나새류)의 일종으로 확인된 신종은 몸길이 약 14.5㎝로 해파리를 떠올리게 하는 갓과 촉수들이 붙은 납작한 꼬리를 가졌다. 바시데비우스 카우닥틸루스(Bathydevius caudactylus)라는 학명이 붙은 신종은 몸이 반투명해 내장이 비치며 생물발광(bioluminescence) 능력도 갖췄다.

MBARI 관계자는 "일반적인 나새류는 수심이 얕은 해저에 서식하는데 신종은 1000~4000m의 일명 미드나잇 존에 살고 있어 아주 놀랍다"며 "나새류는 알록달록하고 애벌레처럼 기어 다니지만 신종은 심해에 적응하느라 형태가 변한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카메라 영상으로 미뤄 바시데비우스 카우닥틸루스는 커다란 갓을 이용해 작은 새우 등을 사냥한다"며 "보통 나새류와 같이 자웅동체로 생각되며, 수심 2755m 구간에서 두 개체가 띠 형태의 알을 낳는 것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MBARI에 따르면, 일부 바시데비우스 카우닥틸루스는 무려 4009m 해저까지 내려가 알을 낳았다. 이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측된다. 바시데비우스 카우닥틸루스는 포식자와 마주하면 즉시 빛을 발했고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처럼 촉수 일부를 떼어내기도 했다.
학자들은 바시데비우스 카우닥틸루스의 게놈 해석 결과 나새류의 동료라고 분류할 수 있지만, 생태도 형상도 전혀 달라 새로운 과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MBARI는 수바스티안이나 티뷰론 등 심해 탐사선을 이용한 보다 면밀한 조사를 거쳐 학계에 바시데비우스 카우닥틸루스의 종 분류를 건의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