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괴짜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티코 브라헤, 1546~1601)의 작업장에서 당시 학계에 보고도 되지 않은 텅스텐 기록이 확인됐다. 유망한 귀족 가문 출신인 튀코 브라헤는 천문학자이자 연금술사,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남덴마크대학교(USD) 및 덴마크 국립 박물관(NMD)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튀코 브라헤가 텅스텐의 존재를 이미 약 450년 전 알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튀코 브라헤가 1576년 덴마크 외레순 해협 벤 섬에 지은 우라니보르크 천문대의 유물을 정밀 조사했다. 튀코 브라헤는 덴마크 왕 프레데리크 2세로부터 벤 섬을 하사받은 뒤 저택과 우라니보르크 천문대, 연구시설을 직접 지었다. 천문대에서 그는 별 관측은 물론 연금술 실험도 실시했다.

튀코 브라헤의 초상화 <사진=스웨덴 자연사 박물관(Statens historiska museer)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텅스텐의 흔적은 우라니보르크 천문대 터에 남은 유물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텅스텐은 튀코 브라헤가 활동할 당시 학자들이 알지 못했던 금속원소"라고 전했다.

튀코 브라헤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를 정확한 관측기구 제작에 몰두한 천문학자로 기억하지만 연금술도 많이 연구했다. 덴마크 왕이 바뀌자 튀코 브라헤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었고, 우라니보르크 천문대는 1597년 몰수됐다. 그가 죽은 뒤인 1601년 천문대는 아예 철거됐다. 이때 겨우 남은 유물들에 대한 발굴 조사가 지금도 계속된다.

조사 관계자는 "1988~1990년 조사에서 우라니보르크 천문대 터에서 도자기와 유리조각이 여럿 나왔다"며 "당시 발견한 유리 파편 4개와 도자기 파편 1개를 질량 분석법으로 들여다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튀코 브라헤는 덴마크 왕이 하사한 섬에 우라니보르크 천문대를 만들었다. <사진=TED 공식 유튜브>

연구팀에 따르면, 유리와 도자기 파편에는 니켈과 구리, 아연, 주석, 안티몬(안티모니), 텅스텐, 금, 수은, 납의 원소가 미량 농축됐다. 이를 통해 당시 연금술사가 질병 치료에 자주 사용했던 수은이나 금 같은 원소를 튀코 브라헤도 실험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흥미로운 발견은 텅스텐이다. 텅스텐이 처음 공식 명명된 것은 스웨덴 화학자 칼 빌헬름 셸레가 1781년 분리에 성공한 뒤였다. 튀코 브라헤가 연금술을 연구하던 16세기 텅스텐은 학계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조사 관계자는 "가장 신기한 것은 예상보다 높은 농도로 발견된 원소로, 이는 충분히 농축돼 있었다는 의미"라며 "튀코 브라헤의 연금술 실험 용기 파편에 텅스텐이 포함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솔직히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괴짜로 유명했던 튀코 브라헤는 동료 학자와 의견 대립으로 칼로 결투했고, 코가 날아갔다. 사람들은 그가 금과 은으로 인조 코를 붙였다고 여겼는데, 사후 조사에서 놋쇠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TED 공식 유튜브>

주석 광석에서 텅스텐을 분리하는 단서는 광물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독일 학자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가 1500년대 초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튀코 브라헤도 알고 있었고 독자적으로 텅스텐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을 점쳤다.

조사 관계자는 "당시 연금술은 비밀리에 연구됐고, 학자들은 어떤 성과도 공유하지 않는 편이어서 브라헤가 텅스텐 분리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다"며 "브라헤는 연금술로 흑사병이나 매독, 한센병 약을 개발했다고 여겨지는데, 제조법은 극히 소수와 공유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과거의 천문학자들이 연금술에도 심취한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일부 학자는 천체와 지구상의 물질, 그리고 우리 몸의 기관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믿었다"며 "이런 경향은 튀코 브라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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