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에 충돌해 죽는 새의 수가 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만 연간 11억 마리의 새가 충돌사 당한다는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포드햄대학교와 비영리단체 뉴욕 버드 얼라이언스(NYC Bird Alliance) 등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는 새가 기존 연구보다 2배는 많다고 주장했다.

조류학자들은 2015년 연구에서 미국에서 연간 벌어진 고층 건물 충돌사고로 새 약 5억9900만 마리가 죽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과거 분석이 건물에 부딪힌 채 죽어 회수된 새만 충돌사로 판단해 실제 죽는 새가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많은 새들이 인간이 만든 고층 건물이나 풍력발전기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 <사진=pixabay>

조류 152종 3150건 이상의 충돌을 분석한 연구팀은 즉사한 새를 제외하고 치료 뒤 야생으로 돌아간 새가 40% 남짓이며 대부분 치료 중 죽거나 안락사된 점을 알아냈다. 이 비율을 매년 충돌 건수에 대입한 연구팀은 연간 미국에서 새 10억9000만 마리가 고층 건물에 부딪혀 죽는다고 결론 내렸다.

뉴욕 버드 얼라이언스 케이틀린 파킨스 연구원은 "조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건물에 충돌한 새의 80%가 그 충격으로 죽는다고 생각해 왔다"며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빌딩 충돌 직후 죽는 새는 10% 이하였고 나머지는 정신이 몽롱하거나 금방 죽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에 부딪힌 뒤 잠시라도 살아남는 새가 있다는 사실이 과거 연구들의 큰 맹점"이라며 "그 자리에서 죽은 새의 수에 상처를 입고 야생동물 보호 센터로 옮겨졌다 죽은 새들까지 더해 최대한 정확한 수를 알아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일부 주는 주변 사물이 반사되는 유리를 건물 외벽에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pixabay>

새들이 빌딩에 잘 부딪히는 이유는 통유리창이다. 유리창에 비친 하늘을 실제로 착각한 새들이 돌진해 충돌한다. 케이틀린 연구원은 "미국의 많은 주가 반사를 막는 유리 코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추가 대책이 없으면 죽어나가는 새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새들은 건물 충돌 외에도 다양한 요인으로 목숨을 잃는다. 미국을 예로 들면 야생 고양이가 조류를 포획해 죽이는 수는 연간 약 24억 마리다.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날개에 부딪혀 죽는 새는 연간 최소 57억 마리로 추산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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