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저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자신을 가두고 모진 고문을 가한 이들을 저주한 로마시대 죄수들의 원한 가득한 글귀가 감옥 유적에서 발견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코린토스(Corinth, 코린트 또는 고린도라고도 함)에 자리한 1600년 전 로마제국 감옥 터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에 자리한 코린토스는 수많은 그리스 신화의 무대가 된 역사적인 곳이다.

코린토스에 조성된 로마제국 감옥 터는 1세기도 전에 발견됐다. 학자들은 이 터가 감옥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로마인이 식민지에 세운 감옥이 어떤 외관이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명확한 유물이나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로마인이 지배한 고대 그리스 식민지에서 감옥 터가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조사를 주도한 매튜 라센 교수는 "유적에 남은 낙서와 1901년 발굴조사 기록으로 미뤄 우리는 이곳이 감옥이었다고 거의 단정했다"며 "곳곳에 자신들을 가둔 이들을 저주하는 그리스 문장들이 새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감옥 터 바닥에는 "이 무법천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또는 "신이 계시다면 부디 저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신이시여, 부디 우리를 여기에 내팽개친 놈들에게 자비 따위 베풀지 마십시오" 등 섬뜩한 문장이 새겨졌다.

매튜 라센 교수는 "죄수의 낙서로 드러난 로마 식민지 감옥의 실상을 2024년에 마주하게 된다"며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나이, 스파르타와 함께 주요 도시국가였던 코린토스에 남은 감옥 터는 1600여 년 전 이 지역을 지배한 로마인들의 면면까지 고찰하게 한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수감자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흔적도 일부 확인됐다. 감옥 터의 동쪽 통로에는 물병과 램프의 잔해가 남았는데, 연구팀은 죄수들에게 물이나 불빛을 제공한 물건이라고 추측했다. 방 터 하나에서는 죄수나 교도관이 쓴 것으로 보이는 작은 화장실도 발견됐다. 

그리스 신화의 배경이 된 코린토스 유적 <사진=pixaba y>

매튜 라센 교수는 "시설이 대체로 좁고 열악한 데다 바닥에 새긴 낙서로 미뤄 이곳 죄수들은 아주 끔찍한 환경에서 지냈을 것"이라며 "어떤 낙서는 죄수들이 아주 추운 겨울을 몇 번이나 이곳에서 보냈음을 알려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죄수들이 게임을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을 견뎠음을 보여주는 낙서도 있다"며 "일부는 형제의 석방을 기원하는 글을 새겼고, 따로 수감된 애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절절한 문장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로마제국이 식민지 감옥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정보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로마 사람들이 식민지배한 이들을 어떻게 대우했고, 식민지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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