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극히 드문 산갈치가 발견되면서 이 물고기가 자연재해의 전조라는 설이 확산됐다. 실제로 산갈치 발견 이틀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진이 발생해 적잖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SIO)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10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라 호야 해변까지 밀려온 산갈치의 회수 및 분석 과정을 소개했다.
SIO에 따르면, 산갈치는 카약과 스노클링을 즐기던 시민들에게 발견됐다. 이미 죽은 상태였고, 트럭 짐칸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길었다. 산갈치를 인계받은 SIO는 개체의 길이가 4m가량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SIO는 "산갈치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1901년 이후 20마리만 발견될 만큼 아주 희귀하다"고 설명했다.
4m짜리 산갈치가 발견되고 이틀 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리히터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산갈치는 메기와 함께 지진에 민감한 물고기라는 설이 있다. 동일본대지진 1년 전인 2010년 산갈치 10마리 정도가 일본 연안에 출몰했다는 목격담도 있다.
산갈치의 출현과 자연재해의 관계를 파헤치는 연구는 일본에서 실제로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일본 학자들은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2019년 세계 최초로 산갈치 인공 부화에도 성공했다. 비록 치어들이 며칠 만에 모두 죽었지만 당시 성과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진 연구로 유명한 일본 나가오 토시야스(68) 시즈오카현립대학교 객원교수는 도카이대학교 해양연구소장 시절인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해양생물과 지진의 관계를 집중 연구했다. 심해어나 산갈치, 고래의 이상 행동과 지진에 인과관계가 있다면 지진 예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카이대학교 해양연구소는 나가오 당시 소장의 지휘 아래 학술지와 신문기사, 수족관 공개 자료 등을 분석해 1928년 11월~2011년 3월 336건의 희귀 심해어 출현 목록을 작성했다.
지진을 감지하는 심해어로 알려진 8개 어종에 대해 지진과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소는 특정 심해어가 확인·포획된 후 30일 이내에 발견 장소로부터 반경 100㎞ 이내가 진원이 된 리히터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아냈다.
이 연구에 대해 나가오 객원교수는 "대규모 조사였음에도 심해어의 출현과 지진 사이의 인과관계가 100% 있다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아직은 인과 관계가 없다고 증명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가설에 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