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좋아하는 장난감의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단 접촉한 장난감은 2년이 지난 시점에도 이름을 맞혀 학계를 놀라게 했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냈다. 개들은 시각이나 후각 등 감각은 물론 장난감에 얽힌 주인과 추억을 동원해 기억을 되살리는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했다.

연구팀은 개가 사물의 명칭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보더콜리 종 맥스와 리코, 스콜, 위스키, 가이아 등 5마리에 각각 장난감 12개를 준 뒤 주인과 놀게 했다. 맥스와 리코, 스콜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시간을 하루 30분으로 제한했다. 가이아는 하루 5시간 이상 놀았다. 위스키는 2~3시간으로 두 그룹의 중간 정도 놀이 시간이 주어졌다.

개들은 2년이 지나도 장난감 이름을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실험 종료 1개월 뒤 연구팀은 개들이 장난감 이름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아봤다. 이후 다시 1개월 뒤, 그리고 2년 뒤 같은 테스트를 치렀다. 연구팀은 개들이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난감 냄새를 맡게 했고, 주인이 특정 장난감 이름을 부르면 가져가게 했다.

그 결과 개들은 대체로 장난감 이름을 잘 기억했다. 실험을 진행한 동물행동학자 샤니 드로 연구원은 "한 달 후 테스트에서 약 70%, 두 달 후 테스트에서는 약 55%의 확률로 올바른 장난감을 가져왔다"며 "2년 후 실험에서는 장난감 이름을 떠올리는 능력이 떨어졌지만 완전히 잊지는 않아서 정답률은 44%였다"고 말했다.

사람과 생활하는 개는 언어 능력이 발달하는 어린아이 수준의 지력을 가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주인과 추억도 특정 사물의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pixabay>

이어 "실험에 동원한 장난감 수가 많아 개들 입장에서 이번 도전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장난감의 수를 줄였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관찰된 개들이 단 5마리인 점과 모두 보더콜리인 점 등을 들어 추후 보완된 실험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접촉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개들이 장난감 이름을 기억한 점은 놀랍다는 입장이다.

실험에 참가한 맥스(왼쪽)와 위스키. 천재견으로 이미 유명한 개들이다. <사진=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샤니 연구원은 "개들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언어를 계속 접하기 때문에 발달 중인 아이와 유사한 언어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된다"며 "이번 실험은 기르는 개의 장기 기억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이번 실험에 나선 개들은 천재견으로 널리 알려졌다. 올해 5살인 수컷 맥스는 사람 이름을 100개가량 구분한다. 9살 암컷 위스키 역시 2021년 실험에서 장난감 이름을 한 번에 약 100개까지 외워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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