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이 공동 운용하는 행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가 관측 사상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수성의 지표면을 촬영했다.
유럽우주국(ESA) 및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14일 각 공식 채널을 통해 이달 5일 이뤄진 베피콜롬보의 4회차 수성 플라이 바이 당시 찍힌 사진들을 공개했다.
베피콜롬보는 5일 오전 6시48분(한국시간) 수성으로부터 약 165㎞까지 접근했다. 이는 베피콜롬보를 비롯해 모든 관측 장비가 수성에 다가간 가장 가까운 거리이다.
JAXA 관계자는 "상당한 거리까지 나아간 덕에 베피콜롬보에 탑재된 모니터링 카메라(M-CAM) 3대를 이용해 서로 다른 각도의 수성 지표면을 찍을 수 있었다"며 "근접 약 4분 후 베피콜롬보의 카메라들은 수성의 수수께끼 같은 크레이터들을 최초로 포착했다"고 전했다.

베피콜롬보가 촬영한 크레이터 중에는 폭이 약 155㎞인 거대한 것도 포함됐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이 분화구를 꽃 그림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화가 마거릿 스토다트의 이름을 따 스토다트(Stoddart)라고 명명했다. 또 다른 크레이터는 위대한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이름이 붙었다.
ESA 관계자는 "수성의 충돌 크레이터는 2중 링 구조가 특징인 피크 링 분지(peak ring basin)라고 하는데, 이 작은 행성에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하면서 형성된다"며 "수성의 피크 링 분지는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 여전히 수수께끼"라고 설명했다.
이어 "링 모양으로 솟아오른 부분은 충돌 시 어떤 반동으로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어느 정도의 깊이에서 암석들이 융기하는지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4회차 플라이 바이를 통해 베피콜롬보는 태양을 도는 주기가 수성 공전주기와 상당히 비슷한 88일(수성은 87.9691일)로 동기화됐다. 덕분에 ESA와 JAXA 공동 운용팀의 계산대로 태양계의 가장 안쪽 행성의 진화를 담은 46억 년 어치의 분화구들을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베피콜롬보는 ESA가 제작한 수성 이동 모듈(Mercury Transfer Module, MTM)과 수성 표면 탐사기(Mercury Planetary Orbiter, MPO), JAXA가 만든 수성 궤도선 미오(Mercury Magnetopheric Orbiter, MMO 또는 Mio)로 구성된다. 세 모듈은 2018년 10월 발사된 이래 세로로 결합한 상태로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베피콜롬보는 당초 2025년 12월 네 번째 플라이 바이를 통해 수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다만 탐사선 전기 추진 모듈 이상이 발생하면서 수성 도착 시기는 2026년 11월로 조정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