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컴벌랜드 주가 이달 해변의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를 가져가는 관광객에 최대 1000파운드(약 173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은 1949년 제정된 연안보호법에 따라 해변에서 조약돌과 조개껍데기, 모래 등 퇴적물을 관광객이 채집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 보호법은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모든 주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컴벌랜드 주처럼 시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해변의 백사장을 밟는 관광객들은 으레 모래나 조약돌을 갖고 돌아가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행위인데, 영국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막는 이유는 환경 파괴다.

영국은 지정된 해안의 조약돌이나 모래, 조개껍데기를 채취하면 벌금을 매긴다. <사진=pixabay>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관계자는 컴벌랜드 주의 조치에 대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변의 모래나 조약돌, 조개껍데기는 해안 침식과 홍수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퇴적물이 사라지면 해안가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 해양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해변의 폭과 퇴적물 높이는 해안 침식 및 홍수의 위험을 줄이는 핵심 요소”라며 “해변의 퇴적물이 많을수록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쉽기 때문에 모래나 조약돌이 없어지면 파도에 대한 자연 장벽 기능이 약해진다”고 덧붙였다.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는 파도에 의해 운반되고, 해안의 다양한 장소에 쌓인다. 영국은 겨울 동안 밀려오는 높은 파도로 인해 큰 조약돌이 해변 상부에 퇴적돼 작은 산이 생기기도 한다. 

조약돌이나 조개·소라껍데기 퇴적물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사진=pixabay>

랭커스터대 관계자는 “이런 퇴적물은 폭풍을 최전선에서 막는 방벽 역할을 하며 파도의 막대한 에너지가 해변 안쪽까지 도달하는 것을 막는다”며 “물론 후방 방파제나 절벽의 침식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추억을 위해 조약돌 한 개 주워가는 것만으로 해변의 자연 장벽 기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한 개씩 조약돌을 갖고 돌아간다면 해변은 파도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바다를 접한 많은 국가가 홍수나 침식 방지를 위해 해변의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조약돌로 가득한 해변이 파도나 폭풍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보는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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