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별이 빛나는 밤(De sterrennacht)'은 자연 현상을 실로 과학적으로 묘사했다는 물리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샤먼대학교 연구팀은 17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과학에 입각해서 볼 때 대기 등 자연의 묘사가 상당히 정확하다고 전했다.

'별이 빛나는 밤'은 후기 인상파 거장 고흐가 1889년 완성했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더불어 자연 풍경의 역동적이고 대담한 터치가 돋보인다.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큼직한 천체와 소용돌이치는 대기, 검푸른 밤하늘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빈센트 반 고흐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별이 빛나는 밤' <사진=뉴욕현대미술관(MoM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별이 빛나는 밤'을 소련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고안한 난류 이론에 대입한 결과 상당한 과학적 완성도를 갖췄다고 결론 내렸다. 이 그림은 일면 고흐의 압도적 재능과 직관적 시각이 만들어낸 추상화 느낌도 풍기지만, 자세히 보면 소용돌이치는 대기의 묘사가 콜모고로프의 난류 이론과 일치한다는 이야기다.

샤먼대 마잉샹 연구원은 "고흐의 붓질에 의한 거센 소용돌이는 난류의 물리학이 예측하는 흐름에 들어맞는다"며 "고흐가 물리학에 정통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지만, 이 그림은 그가 압도적 관찰력을 가졌고 우주의 역동성을 알아챌 만큼 자연에 대한 이해가 깊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평생 수학 연구에 매진한 콜모고로프 1940년대 물리학으로 시선을 돌려 난류 이론을 발표했다. 마잉샹 연구원은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지구의 대기는 항상 변화하는 유동체"라며 "'별이 빛나는 밤'에 드러난 소용돌이 14개 모두 크기와 강도, 상대적 거리 측면에서 콜모고로프의 난류 이론과 물리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별이 빛나는 밤' 속 휘몰아치는 붓질의 상대적인 스케일과 간격, 그림의 밝기 차이 등 표현들이 실제 하늘의 물리학 범주에 들어맞는지 조사했다. <사진=샤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그는 "콜모고로프의 난류 이론은 에너지가 큰 와류에서 작은 와류로 흐르다 이윽고 사라지는 현상에 집중했다. 고흐의 붓질의 공간적 특성이나 물감에 의한 명암의 표현은 콜모고로프 이론의 스케일링 법칙 그대로"라며 "고흐가 그려낸 난류 속의 크고 작은 소용돌이는 호주 유체동역학자 조지 배첼러의 에너지 스펙트럼 정의와도 일치한다"고 감탄했다.

연구팀은 유체의 물리학을 이해했을 리 없는 고흐의 그림이 상당히 과학적인 이유를 화가로서 뛰어난 관찰력이라고 추측했다. 즉 빈센트 반 고흐가 난류의 흐름을 자세히 관찰해 와류의 크기뿐 아니라 그 상대적인 거리와 강도까지 붓으로 표현한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별이 빛나는 밤'을 과학적으로 들여다본 연구는 전에도 있었다. 다만 이번처럼 그림 속 소용돌이 14개 전체를 면밀히 분석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연구팀은 '별이 빛나는 밤'과 구도나 묘사가 비슷한 '사이프러스 나무' 역시 조사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