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발생 후 9일간이나 계속된 지구의 진동은 피오르(fjord, 피오르드) 내에서 발생한 파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오르는 빙하가 침식돼 만들어진 U자 골짜기에 바닷물이 차면서 만들어지는 좁은 만을 뜻한다.

덴마크 그린란드 지질조사소(GEUS)는 23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23년 9월 16일 시작된 9일간의 지구 진동은 그린란드의 피오르 내부의 파도가 원인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달 중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먼저 소개됐다.

지질학자들은 지난해 9월 16일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지만 지구 내부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지진계로 확인했다. 이는 92초 안팎의 간격으로 9일이나 계속됐다. GEUS는 당시 그린란드 동부 연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가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례적으로 진동이 오래가자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9월 그린란드 동부 대규모 산사태로 피오르 내부에 파도가 발생, 9일간 진동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GEUS 크리스티안 스벤네빅 연구원은 "당시 진동은 느리고 미미했지만 지진계는 흔들림을 분명히 포착했다"며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지구에 파문처럼 퍼진 미묘한 지진에 관심을 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다양한 과학 분야 전문가 60명이 조사에 참여했다"며 "25㎢ 규모의 산사태가 국소적으로 최고 200m의 초대형 쓰나미를 일으킨 결과 피오르 내에서 7m의 파도가 일정한 간격을 두면서 9일간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9일간 이어진 기묘한 현상을 과학계에서는 정진동이라고 부른다. 고유한 주기로 수위가 진동하는 것으로, 프랑스어 세이시(seiche)가 기원이다. 스위스 학자 프랑수아 알퐁스 포렐이 레만호의 파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처음 만든 개념이다.

조사에 참여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스티븐 힉스 연구원은 "위성 영상과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의 사진을 비교한 결과 9일간 진동은 정진동임이 확실해졌다"며 "슈퍼컴퓨터로 산사태와 눈사태의 국지적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역시 9일간 계속된 지진파와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학자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본 적도 없는 지구 내부의 진동이 있음을 증명했다"며 "해명되지 않은 의문에 답하는 것이 과학의 본질이기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 60명이 공동 대처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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