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보다 훨씬 오래된 약 4000년 전 고대 신전과 극장 터가 페루에서 발굴됐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안데스 지역에서 발생한 복잡한 문화와 종교의 기원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페루에서 가장 잘 알려진 15세기 잉카제국 마추픽추 유적보다 3400년 오래된 고대 신전과 극장을 소개했다.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마추픽추 유적은 약 600년 전인 1400년대 잉카제국에 의해 건설됐다. 이번에 확인된 라 오트라 반다(La Otra Banda) 유적의 신전 및 극장은 마추픽추보다 무려 3400년이나 오래됐고, 잉카나 그 전신인 모체(모치카), 나스카 문화보다 훨씬 전에 지어졌다.

페루 라 오트라 반다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신전 터. 작은 극장의 흔적도 확인됐다. <사진=필드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라 오트라 반다는 2023년 발견된 새로운 유적으로, 페루 문화부는 인근 역사 지구에서 벌어진 도굴을 우려해 해외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 관계자는 "먼저 10m×10m 크기로 유적을 구획해 퇴적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1.8m 아래 진흙과 점토로 된 고대 벽이 나왔다"며 "더 깊이 파고 들어가니 과거 이곳에 신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거대한 신전이 산비탈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했다. 이번에 나온 것은 그 일부로 여겨진다. 놀라운 점은 무대 앞뒤를 연결하는 계단을 갖춘 작은 극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라 오트라 반다 유적 내부의 벽면에 새겨진 조각. 새와 흡사한 생물로, 페루의 다른 고대 유적에서도 비슷한 조각이 나왔다. <사진=필드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극장은 선택된 관객을 모아놓고 종교 의식을 거행한 곳일 가능성이 있다"며 "극장 계단 옆면 벽에는 새와 같은 생물의 정교한 조각이 새겨졌다. 의인화한 새 또는 파충류와 결합한 괴조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 새와 흡사한 약 4000년 된 조각이 역시 페루에서 발견돼 왔다"며 "페루에는 1만5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기원전 5000~3000년경 페루 해안선에 살던 사람들이 복잡한 사회와 정치 체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유물은 초기 페루에서 종교가 제도화된 증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권력자의 출현과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였다. 사람들은 종교를 활용해 지배권을 다퉜고, 초기 지도자들은 의식을 통해 신화 속 인물들을 의인화했다. 연구팀은 라 오트라 반다 유적을 더 연구하면 초기 페루 사회 종교의 양상을 한층 자세히 알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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