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작품 속 소녀의 표정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만큼 오묘한 것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들여다보며 금세 매료되는 이유를 뇌과학자가 분석했다고 전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의 그림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다. 베르메르는 생업이 따로 있어 과로가 잦은 탓에 43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전해지는 작품은 30여 점으로 적은 편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미술관 관계자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을 뇌신경 과학자가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했다"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진품으로 접한 사람들은 복제품을 마주할 때보다 감정적 반응이 10배가량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진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대뇌의 앞부분 쐐기앞소엽(설전부)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림의 주체인 소녀를 감상하는 순서도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미술관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림 속 소녀의 왼쪽 눈에 초점을 맞추고, 다음 입가, 그리고 진주 귀고리 순서로 시선을 옮겼다. 이러한 눈길의 움직임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그림을 마주하는 동안 반복되는 경향이 있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작가 베르메르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마법을 건 것 같다"며 "베르메르의 작품은 보통 한 곳에 초점을 맞추는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만은 눈, 입, 진주 등 시선을 모으는 장소가 여러 개 분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들의 일상에 주목했던 베르메르의 다른 작품 '우유를 따르는 여인' 등은 주체의 시선이 정면을 향하지 않는다"며 "특이하게도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감상하는 이들을 아련한 눈빛으로 주시한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