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눈앞의 로봇이 누군가에게 맞아 비명을 지른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이 들까. 최신 연구에서는 로봇이 인간과 흡사해질수록 사람이 느끼는 공감도 점점 강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는 지난달 말 낸 실험 보고서에서 사람은 인간과 같은 반응을 하는 휴머노이드에 공감하고 동정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간의 감정은 악용될 소지가 다분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휴머노이드 등 점차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이 과연 사람에게 어떤 기분이 들게 하는지 실험했다. 피실험자를 모은 연구팀은 인간 형상을 한 로봇을 준비하고 이를 마음껏 흔들게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휴머노이드에 별다른 명령을 하지 않았다. 아무 감정을 보이지 않는 로봇을 피실험자들은 거리낌 없이 흔들어댔다. 다만 두 번째 실험에서 휴머노이드가 괴로운 표정을 짓자 피실험자들은 주저했다.

로봇이 사람을 닮아갈수록 인간이 느끼는 공감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또 다른 실험에서는 지루한 작업을 할지 로봇을 흔들지 피실험자가 선택하게 했다. 로봇을 오래 흔들면 그만큼 지루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에서 피실험자 대부분이 로봇을 택했다. 잠시 후 로봇이 처량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피실험자들은 지루한 작업을 선택했다.

인간과 로봇의 공감에 대한 실험은 전부터 이어졌다. 유명한 것이 2015년 히치봇 테스트다. 학자들은 음성인식과 간단한 대화 능력을 갖춘 히치봇이 과연 개발자들의 도움 없이 대륙을 여행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히치봇은 미국 보스턴에서 여정을 시작했는데, 불과 보름 만에 사람들에 의해 파괴된 채 발견됐다.

라드바우드대 마리케 비랑하 교수는 "히치봇 실험만 보면 사람은 차가운 로봇에 공감하지 못하지만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는 이야기가 다르다"며 "로봇은 감정이 없고 아픔이나 슬픔을 느낄 일도 없지만,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의 공감력은 차가운 금속 덩어리에도 금방 발휘된다"고 언급했다.

적잖은 학자들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본다. <사진=pixabay>

교수는 "인간다운 감정 표현은 휴머노이드에 꼭 필요한 것일지 모르지만 로봇에 대한 인간의 공감대가 기업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사람들이 휴머노이드에 느끼는 현실적인 감정을 기업이 교묘하게 이용해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연구팀은 현재 로봇공학의 발달 속도로 미뤄 조만간 SF 영화에 등장하는 휴머노이드가 개발될 것으로 봤다. 이번 실험에서 인간의 감정이 기계에도 휘둘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로봇에 의한 감정 표현의 완전한 금지 역시 곤란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마리케 비랑하 교수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면 부드러운 말을 하는 등 감정 표현을 해야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로봇과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기계를 접하며 어느 정도 인간다운 감정을 품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