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사철 걸리지만 유독 겨울에 유행하는 것은 콧속 면역력 저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의과대학교 연구팀은 6일 국제 저널 ‘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겨울철 코 내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감기나 독감이 유행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봄이나 가을, 심지어 여름에도 걸리는 감기가 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겨울철 기온 하강으로 차가워진 공기 자체가 콧속 면역력을 떨어뜨린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코는 몸속으로 통하는 입구다. 즉 콧속은 체내로 들어가려는 바이러스와 면역 체계가 맞붙는 전쟁터”라며 “코에는 바이러스와 세균 등이 침입하면 바로 알아차리는 일종의 센서 같은 세포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감기가 유독 겨울에 유행하는 것은 콧속 면역력 저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코 안쪽 세포들은 미끼 역할을 할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라는 일종의 복제본을 만들어낸다”며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은 세포가 아니라 세포외소포에 들러붙고, 이는 콧물로 배출돼 우리 몸을 방어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이러스 침입 시 콧속 세포들은 세포외소포를 평소보다 160% 가까이 생산한다. 세포외소포는 많은 수용체를 지니고 있는데, 그 양은 일반 세포의 최대 20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세포외소포는 바이러스를 쉽게 들러붙게 해 미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또한 세포외소포는 변이 단백질 발생을 통제하는 마이크로 RNA를 일반 세포 대비 13배 지녔다. 세포나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약 20개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되는 작은 비암호 RNA 분자인 마이크로 RNA는 메신저 RNA 등과 결합, 유전자의 정상 작동을 관장한다. 그 특성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잡거나 다양한 질병 치료에 응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조사 관계자는 “콧속 세포외소포는 바이러스를 체외로 배출하는 미끼 역할과 함께 감기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무기이기도 하다”며 “겨울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 추위에 약한 세포외소포 활동이 크게 둔화되고, 이것이 감기 유행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3년간의 코로나 사태에 익숙해진 마스크. 비말을 막는 것은 물론 추운 겨울 코의 적정 온도를 유지해 감기를 예방한다. <사진=pixabay>

실제로 연구팀이 피험자들을 모아 15분간 4.4도℃에서 견디게 한 뒤 체온을 측정한 결과 콧속 온도는 영하 12.7℃까지 뚝 떨어졌다. 추위 때문에 콧속 세포외소포는 42% 가까이 감소했고 세포외소포의 무기인 수용체와 마이크로 RNA도 각각 70%와 50%까지 급감했다.

연구팀은 감기 같은 호흡기 감염증을 막는 방패에 균열을 내는 추위에는 마스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마스크는 비말을 막기 위해 착용하지만 코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효과도 뛰어나다.

조사 관계자는 “한겨울 마스크는 코에 따뜻한 스웨터를 입히는 효과가 있다”며 “보통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통한 보온에 신경을 쓰지만 콧속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