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암석층 조사에서 발견된 물고기 심장 화석이 약 3억8000년 전 악구류의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는 지금까지 발굴된 악구류 어류 심장 중 가장 오래된 이번 샘플이 생물 진화의 이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호주 커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된 논문에서 데본기(약 4억1900만~3억5900만 년)에 서식한 악구류 갑주어의 심장 화석을 공개했다.
갑주어 절경목(Arthrodira)으로 특정된 이 물고기 화석은 기존 악구류 심장 샘플보다 최소 1억3000만년 오래됐다. 온전하게 보존된 S자 심실 2개 등을 통해 연구팀은 현생종 상어와 유사성을 추측했다.
연구팀은 악구류 물고기의 오래된 화석이 발견되면서 턱의 유무로 구분되는 척추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이나 차이점을 보다 명확히 알아낼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이 화석이 발견된 곳은 서호주 고고 암석층(Gogo Formation)이다. 이곳에는 고생대 데본기 생물 화석이 풍부하게 보존돼 있다. 고고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여기서 채취한 화석을 통해 지느러미가 손발로 진화한 과정 등을 연구해 왔다.
물고기 심장 화석의 연대가 특정되면서 연구팀은 진화가 오랜 세월 천천히 일어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이 화석은 턱이 없는 척추동물에게서 턱이 생겨나는 과정에 진화학적으로 큰 비약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물고기 심장은 입안의 아가미 아래 부근에 자리하며, 이는 지금의 상어와 같다”며 “심장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위·장·간 같은 다른 내장까지 깨끗하게 보존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화석에 심장 등 여러 장기가 입체적으로 보존된 것을 파악하게 해준 것은 최신 스캔 기술이다. 조직이 약한 상어 같은 물고기는 화석도 드물고 발견하더라도 손상 없이 내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요즘은 중성자 빔이나 X선 마이크로토모그래피를 통해 물체 단면을 촬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3D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생명은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여러 갈래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인간을 포함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은 공통된 조상으로부터 발달했다”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인간부터 작은 물고기까지 모두 친척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