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배후의 빛이 최초로 관측됐다. 시공간의 강력한 일그러짐이 있을 경우 빛이 블랙홀의 뒤쪽에서 편향돼 앞쪽에서 보일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입증됐다고 학계는 주목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네이처에 논문을 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속 블랙홀 가설이 실제로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댄 윌킨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은하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을 살펴보던 중 상식적으로 보일 리 없는 블랙홀 뒤쪽에서 날아온 빛을 관측해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8억 광년 떨어진 소용돌이 은하 I Zwicky 1의 중심에 자리한 블랙홀을 관찰 중이었다. 직경 3000만㎞에 질량이 태양의 100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었다. XMM-Newton X선 망원경을 통해 일련의 밝은 X선 플레어를 관측한 연구팀은 시간차를 두고 또 다른 X선이 들어오는 기묘한 패턴을 눈치챘다.

초대질량 블랙홀 뒤편의 빛이 관측되는 개념도 <사진=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분석 결과 뒤늦게 들어온 X선은 당초 X선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X선이 블랙홀의 뒤에서 들어온 빛이라고 결론 내렸다. 블랙홀의 뒤쪽에 있는 강착원반에서 반사된 빛의 패턴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패턴을 ①회전하는 고온의 강착원반이 블랙홀에 낙하 ②코로나가 밝은 X선을 방사 ③강착원반에 X선이 반사 ④블랙홀 뒤쪽에 발생한 X선 에코가 거대한 중력에 의해 휘어짐 순으로 분석했다.

지난 수년 동안 이러한 빛 패턴을 이론적으로 예측해온 연구팀은 실제로 이를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아인슈타인의 예측이 들어맞았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의 경계, 즉 이벤트 호라이즌에 빨려든 빛은 다시 빠져나올 수 없다. 때문에 블랙홀 뒤쪽에서 빛이 감지될 리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블랙홀 배후에서 빛이 관측된 것은 블랙홀이 공간을 일그러뜨려 빛과 주변 자기장이 휘어졌기 때문이다.

이미지화한 블랙홀 뒤쪽의 X선<사진=스탠퍼드대학교, 댄 윌킨스 교수>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에 가스가 빨려 들어갈 때 생기는 자력을 띤 플라즈마(코로나)를 연구하다 우연히 배후의 빛을 포착했다. 블랙홀에 삼켜질 가스는 수백만℃로 가열되는데,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되면서 자력을 띤 플라즈마가 발생한다. 이 플라즈마는 초대질량 블랙홀 회전에 의해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6000만㎞ 높이까지 솟구쳐 아치를 그리다 곧 붕괴했다. 

댄 윌킨스 교수는 “이번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견된 일”이라며 “1세기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현상이 이제야 실제로 관측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홀의 코로나에서 방출되는 밝은 X선을 관찰하면 블랙홀 경계인 이벤트 호라이즌 바로 바깥의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