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꽃이 풍기는 썩은 냄새의 비밀이 학자들의 오랜 연구 끝에 밝혀졌다. 학명이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Amorphophallus titanum)인 시체꽃은 개화 시 어마어마한 악취를 뿜어낸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식물학 연구팀은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시체꽃의 냄새를 정밀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시체꽃 악취의 성분을 알아낸 것은 물론, 이 꽃이 동물처럼 체온을 올려 더 강한 냄새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까지 파헤쳤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열대우림에 주로 자생하는 시체꽃은 높이 3~4m나 되는 거대한 식물이다. 꽃은 5년에서 7년에 한 번밖에 피지 않는데 일단 개화하면 동물 시체가 썩은 듯 독한 냄새가 퍼진다. 이 악취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체꽃 악취의 성분이 학자들의 오랜 연구 끝에 밝혀졌다. <사진=pixabay>

다트머스대 알비나 줄피카 연구원은 "시체꽃의 냄새는 썩은 고기나 배설물을 좋아하는 파리를 유인해 수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체꽃의 개화는 길어야 이틀 지속되기 때문에 식물원에서 꽃이 피면 뉴스가 될 정도다. 당연히 개화 기간이 짧아 냄새를 연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의 꽃은 사실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인 것"이라며 "꽃은 크기도 하지만 꽃잎들을 지지하는 꽃받침(축)이 상당히 두꺼운데, 개화 시 그 온도가 10℃ 이상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꽃받침 온도가 상승하는 구조를 해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21년째 재배 중인 시체꽃을 조사했다. 시체꽃은 수명이 20~40년인데, 연구팀은 모피(Morphy)라는 애칭이 붙은 실험용 시체꽃이 2022년 개화했을 때 채취한 RNA를 해석하고 아미노산 함유량을 측정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머피라는 애칭의 시체꽃. 꽃받침 주변의 온도를 표시한 히트맵이다. <사진=다트머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시체꽃이 악취를 만들 때 스위치가 가동되는 유전자 및 이런 활동의 근원이 되는 화학물질을 특정했다. 알비나 연구원은 "개화 시 대체 산화효소(AOX)가 증가했고 유황 대사나 운반에 필요한 유전자가 확인됐다"며 "썩은내의 근원은 메티오닌과 프톨레신"이라고 설명했다.

메티오닌은 인간의 필수 아미노산이며 황을 함유한다. 프톨레신은 고기가 썩을 때 풍기는 악취의 주된 성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체꽃은 이 두 화합물을 분비해 절로 코를 틀어막게 하는 독한 냄새를 뿜어냈다.

연구팀은 시체꽃이 무엇을 위해 꽃을 피우는지, 또한 각 개체별 개화 타이밍에 관한 사실들을 보다 명확히 알기 위해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먼저 실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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