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이론의 한계를 벗어난 초기 우주의 거대 은하 삼총사가 발견됐다. 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세기의 관측은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운용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과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 국제 천문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잡아낸 거대한 은하 3개를 소개했다. 레드 몬스터(Red Monster)라고 명명된 은하 트리오는 각각 우리은하와 비슷한 질량(암흑물질 등을 제외하면 태양 질량의 약 1000억 배)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레드 몬스터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초기 우주의 먼지로 뒤덮인 심우주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독특한 붉은색은 극히 낮은 조도의 빛을 가시화하는 NIRCam의 분광 기능에 의한 것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적외선 관측 능력을 활용해 다른 장비보다 효율적으로 초기 우주의 먼지로 가려진 부분을 관찰해 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은하 트리오의 상상도. 은하의 형성 이론을 벗어나는 속도로 성장했다. <사진=NASA·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UCB) 천문학자 에리카 넬슨 연구원은 "문제는 세 은하가 빅뱅으로부터 10억 년도 지나지 않은 128억 년 전에 탄생했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학자들이 정립한 우주 이론에 의하면, 은하는 이 정도의 속도로 성장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발견된 초기 우주의 은하 삼총사에 의해 종래의 은하 형성 모델이 뒤집힐지도 모른다"며 "은하 성장 속도의 한계를 돌파한 세 거대 은하는 그야말로 붉은 괴물"이라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은하가 우주를 구성하는 암흑물질의 거대한 헤일로 안에서 탄생한다고 여겨왔다. 은하가 거대한 중력에 의해 가스나 먼지 등을 끌어당기고 압축하면서 별들이 형성된다는 게 은하와 별의 탄생 이론이다.

초기 우주 관측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난 레드 몬스터 <사진=NASA·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에리카 넬슨 연구원은 "그간 생각된 별 형성 과정은 사실 비효율적이다. 별이 되는 것은 응집된 가스의 기껏해야 20% 정도이기 때문"이라며 "레드 몬스터의 경우 가스의 80%가 별이 된 듯하다. 분명 어떤 이유로 한계를 돌파한 듯하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레드 몬스터 영역에서 별들이 효율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현재 불분명하다"며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물론 칠레에 자리한 거대 전파망원경군 알마(ALMA)를 이용한 레드 몬스터 관측을 통해 그 비밀에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벌어진 일들은 대부분 수수께끼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미스터리로 가득한 초기 우주의 신비에 접근할 중요한 첫걸음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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