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즈텍 사람들이 썼다는 아즈텍 데스 휘슬(Aztec death whistle), 일명 죽음의 피리는 실제로 인간의 뇌를 자극해 공포를 안긴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심리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Communications Psychology)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게재했다.

고대부터 세계 각지에서는 다양한 악기를 이용한 의식이 치러졌다. 아즈텍 데스 휘슬은 사람 두개골을 본뜬 피리로 일반 피리와 전혀 다른 음색을 낸다. 아즈텍 사람들은 죽음의 피리가 망자의 외침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를 가졌다고 믿었는데, 연구팀은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아즈텍 데스 휘슬 <사진=취리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Sascha Fruhholz>

조사 관계자는 "아즈텍 죽음의 피리는 1987~1989년 멕시코시티 에에카틀-케찰코아틀 신전에서 처음 발굴됐다"며 "아즈텍 신화 속 바람의 신 에에카틀에 인신공양된 남성의 유골이 꼭 쥐고 있던 점토 피리를 CT로 스캔하고 3D 프린터로 복제품 2개를 뽑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피리 소리를 피실험자 70명에 들려주자 인간의 고함이나 비명, 또는 초자연적 소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무작위로 32명을 골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스캔하자 정밀한 소리의 평가 및 분류를 담당하는 하전두피질과 연상처리에 관여하는 내측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실험에 사용된 복제품 피리의 실제 소리(청음주의)

아즈텍 데스 휘슬 소리(1) 듣기

아즈텍 데스 휘슬 소리(2) 듣기

피실험자들은 아즈텍 데스 휘슬 소리를 시끄러운 경적, 날카로운 외침, 사이렌, 총기 소리와 비슷하게 인식했다. 대부분 여기서 공포와 통증, 분노, 불쾌감을 느꼈다. 연구팀은 아즈텍 데스 휘슬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 이상의 복잡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고고학자들은 아즈텍 데스 휘슬이 처음 발견될 당시 용도를 특정하지 못했다. 일부는 전쟁에서 적을 위협하거나 아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다만 전사의 무덤이나 전쟁터에서 죽음의 피리가 출토된 적이 없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초로 발굴된 아즈텍 데스 휘슬(사진 위)과 이를 토대로 연구팀이 뽑아낸 복제품 2개 및 각 내부 구조 <사진=취리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우리 실험 결과는 두개골 형상을 한 피리가 아즈텍 신화 속 죽음의 신 믹틀란테쿠틀리를 의미한다는 일부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며 "죽음의 피리는 아마 인신공양 같은 아즈텍 종교의식에 사용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3D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에서 우리는 죽음의 피리의 독특한 내부 구조에도 주목했다"며 "이 피리가 소리를 내는 기묘한 구조는 아즈텍 외의 다른 문화권은 구상조차 한 적이 없을 만큼 과학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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