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 망원경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중인 일본이 내년부터 우주의 4분의 1을 채운 것으로 여겨지는 암흑 물질(다크 매터)을 추적한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가 운용하는 스바루 망원경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내년 완성될 초 광시야 분광기(prime focus spectrograph, PFS)의 조립 상황을 소개했다.
스바루 망원경은 내년부터 PFS를 이용한 새로운 관측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국제 연구팀이 공동 개발 중인 PFS는 한 번에 2400개에 달하는 천체를 분광 관측할 수 있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방법을 활용하는 관측 장비보다 효율이 100배에 달할 것으로 NAOJ는 보고 있다.

NAOJ 관계자는 "PFS는 프리즘을 활용해 빛을 나누듯 천체 곳곳에서 발생하는 빛을 파장 별로 들여다보는 분광기"라며 "이런 방법으로 별의 단순 관측은 물론 그 움직임이나 은하 간의 거리 등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광활한 우주는 가상의 암흑 물질로 가득한데, PFS가 완성되면 그 수수께끼에 한발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주 공간의 약 25%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은 별이나 은하가 태어날 때 빼놓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만큼, 그 분포를 알게 되면 우주의 신비가 여럿 벗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문학자들은 은하에 분포하는 수많은 별들이 가상의 존재인 암흑 물질의 중력에 이끌려 궤도 변화를 겪는다고 생각한다. 별들의 궤도가 어긋나는 정도를 정밀하게 조사하게 되면 암흑 물질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천체 관측 장비에 분광기가 동원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그 규모나 성능 상 지금까지는 한 번에 수십 개의 천체를 분광 관측하는 수준이었다. PFS처럼 2000개 넘는 천체를 분광 관측하는 지상 장비는 전례가 없다.
NAOJ 관계자는 "PFS가 완성되면 내년부터 5~6년에 걸쳐 지구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및 이웃한 안드로메다은하까지 총 100만 개의 별을 분광 관측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아득히 멀리 떨어진 300만 개의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해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 왔는지도 알아낼 계획"이라며 "운이 좋다면 이 과정에서 우주는 언제까지 커질 것인지, 혹은 팽창 속도가 빨라져 모든 것이 사라지는 때는 언제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