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700년 전, 지구에 치명적인 태양풍이 불어닥친 사실이 고대 수목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구는 자체 자기장을 가져 어느 정도 태양풍의 영향을 차단하지만 통신기기가 먹통이 되는 등 피해를 입곤 한다.

연구 주체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일명 미야케 이벤트(Miyake event)의 가장 최근 이슈라고 추측했다. 미야케 이벤트는 2012년 일본 나고야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 미야케 후사가 발견한 고대의 극단적 태양 활동을 의미한다.

조사 관계자는 "고대 수목에 새겨진 흔적을 통해 드러난 태양풍은 약 2700년 전 지구에 상당한 타격을 줬을 것"이라며 "미야케 이벤트는 기원전 664~663년 총 6회 불어닥친 강력한 태양풍으로, 이번에 특정된 것은 가장 마지막 태양풍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오비강 하안에 묻혀 있던 고목.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약 2700년 전 지구에 몰려온 엄청난 태양풍의 존재가 드러났다. <사진=애리조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Irina Panyushkina>

이 관계자는 "태양 활동이 극대기인 올해 지구는 수차례 태양풍의 영향을 받았고 저위도에 아름다운 오로라가 출현했다"며 "고대 수목에 흔적을 남긴 태양풍은 현대에 발생하지 않은 것이 고마울 만큼 엄청난 규모"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시베리아를 따라 흐르는 러시아 오비강 하안의 진흙에 파묻힌 오래된 나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천 년 전 태양풍의 흔적을 검출했다. 나무의 나이테나 빙하는 태양풍은 물론 갖은 자연 현상의 정보를 담은 천연 기록 매체로 통한다.

조사 관계자는 "미야케 이벤트 수준의 태양풍이 지구에 몰아치면 나무 나이테 속의 탄소-14(14C, 탄소의 방사성 동위 원소)가 급증한다"며 "태양풍이 대기 속 질소와 반응해 생성되는 14C가 산소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이를 흡수하기 때문에 14C의 급증은 대규모 태양풍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태양 활동 극대기에 흔히 발생하는 태양풍은 지구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지구자기장이 태양풍을 막지만 오로라나 통신장애 등이 벌어진다. <사진=애리조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오비강 하안 강변에 묻힌 고목의 나이테를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목재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추출한 뒤 태워 14C의 양을 측정했다"며 "이를 남극·북극의 얼음에 포함된 동위원소 베릴륨-10(10Be)과 비교하자 14C의 증가 타이밍과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태양입자에 의해 형성된 뒤 눈이나 비에 섞여 빙하에 갇힌 10Be와 고목에서 추출한 14C의 폭증 타이밍을 분석한 연구팀은 태양풍이 불어닥친 시기가 미야케 이벤트 기간인 기원전 664~663년의 가장 후반부라고 결론 내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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