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현상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유물 네브라 하늘 원반(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Nebra sky disc, Himmelsscheibe von Nebra)의 제작 방법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고도의 금속가공 기술과 우주에 대한 지식을 담은 지름 약 32㎝의 청동 원반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1999년 독일 작센안할트 네브라에서 발굴됐다.

독일 민간 연구단체 델타 시그마 애널리틱스(DSA)는 4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3600년 전 유물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한 번에 주조한 것이 아니라 최소 10회 열간단조를 반복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열간단조는 금속 소재를 뜨겁게 달구고 두드려 변형하는 공법이다.

1999년 독일에서 발굴된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빨간 부분에서 표본을 추출해 이미징 기술로 분석한 결과 열간단조 흔적이 발견됐다. <사진=DSA·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DSA 관계자는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청동 원반에 금으로 태양과 달 등 천체를 그려 넣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천문반"이라며 "제작 방법은 지금까지 불명확했는데, 최첨단 이미징 기술을 이용한 금속 조성 분석을 통해 비밀이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법 및 전자후방산란회절(EBSD) 등 첨단 이미징 기술을 통한 조사 결과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상당히 복잡한 열간단조 과정을 거쳤음이 드러났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 유물의 제작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DSA 연구팀이 알아낸 방법 그대로 네브라 스카이 원반을 모의 제작하는 구리 세공 장인 <사진=DSA·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추측한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의 실제 제조 공정은 대략 이렇다. 우선 밑바탕이 되는 원반은 청동을 녹인 뒤 틀에 부어 식히는 주조 공법으로 완성했다.

원반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기 위해 약 700℃의 온도로 원반을 달구고 수없이 두드려 성형하는 열간단조를 최소 10회 반복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최대 55회 열간단조를 거쳐야 네브라 스카이 원반 원본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후 금을 녹여 해나 달 등 천체를 그려 넣었다.

네브라 스카이 원반의 표본 조사를 통해 제작한 복제품. 최소 10회 열간단조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DSA·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DSA 관계자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숙련된 구리 세공 장인이 복제품을 만드는 추가 실험에서 수차례 열간단조 공정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재확인됐다"며 "당시 장인들은 금속 주조와 열간단조 기술에 능통해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비롯해 칼이나 도끼 등을 제작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기원전 2300~1600년경 청동기시대에 피어난 우네티체(우네치체) 문화 사람들이 사용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우네티체 문화의 뛰어난 금속 가공 기술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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