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개발한 봉제 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바늘이 미국 선사시대 유적에서 발굴됐다. 동물 뼈로 만든 작은 바늘에 어떤 역사가 담겼는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4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구석기시대 북아메리카 원주민(팔레오 인디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린 뼈 바늘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약 1만3000년 전 팔레오 인디언들의 거주한 와이오밍주 라 프렐르 매머드 유적을 정밀 조사해 왔다. 유적에서는 팔레오 인디언들이 거대한 컬럼비아매머드를 해체한 흔적이 남았는데,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뼈 바늘이 함께 나왔다.
와이오밍대 고고학자 토드 수로벨 박사는 "팔레오 인디언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모피를 바늘로 꿰어 옷을 지었을 것"이라며 "산토끼 같은 작은 동물뿐만 아니라 붉은스라소니(밥캣)나 쿠거 등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뼈도 바늘로 쓴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바늘을 이용해 고대인은 두툼하고 따뜻한 겨울옷을 본격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이런 봉제기술의 발전은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한랭한 지역으로 이주해 결국 아메리카대륙 전체로 뻗어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팔레오 인디언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이들의 봉제기술에 주목한 사례는 적었다. 특히 구멍이 뚫린 바늘의 소재가 된 특정 동물의 뼈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드 수로벨 박사는 "뼈 바늘이 봉제기술의 세계적인 확산을 설명하는 데 중요함에도 고고학 및 역사학자들은 그 소재를 특정한 적이 없어 이 중요한 문화적 혁신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질량분석법과 마이크로 CT 스캔(3D 이미징) 등을 통해 유적에서 나온 동물 뼛조각 32개를 조사했다"며 "뼈에 포함된 아미노산 사슬을 1만3500~1만2000년 전 북미에 존재한 동물의 것과 비교하자 고대인이 여우, 산토끼, 밥캣, 쿠거, 아메리카치타의 뼈로 바늘을 만든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디언들이 바늘로 두꺼운 모피 옷을 입게 되면서 저체온증이나 동사를 면했고 그때까지 접근하지 못한 추운 지역까지 행동 범위를 넓혔다고 봤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바늘을 특정할 뿐만 아니라, 고대인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인류의 바늘은 2016년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약 5만 년 전 샘플이다.
토드 수로벨 박사는 "팔레오 인디언은 약 7만5000년 전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에 시베리아에서 북아메리카로 이주한 고대인의 후손"이라며 "이번에 연구한 약 1만3000년 된 동물뼈 바늘은 약 5만 년 전 제작된 시베리아 바늘에 비해 견고하고 과학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