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계가 형성되는 극적인 현장이 세 대의 지상 망원경에 잡혔다. 탄생한 행성이 다음 행성의 형성에 필요한 재료를 끌어모은다는 학자들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발견에 학계가 주목했다.
유럽남천천문대(ESO)와 미국국립전파천문대(NRAO), 미국 캘리포니아천문학연구회(CARA),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13일 각 채널을 통해 칠레 아타카마 사막 초대형망원경(VLT) 및 알마(ALMA) 전파망원경군, 하와이 마우나케아 켁망원경을 이용한 PDS 70 관측 성과를 공개했다.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370광년 떨어진 PDS 70은 황소자리 T형 별로 분류되는 12등급 항성이다. 알마에 의한 관측에서는 이곳에서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행성과 그 외측에 다음 행성 탄생의 재료가 되는 먼지가 국소적으로 모인 현장이 드러났다. 이는 이미 만들어진 행성이 다음 행성의 재료를 모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성과는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다.

위 사진은 알마와 VLT, 켁망원경이 각각 관측한 PDS 70 주변을 담았다. 왼쪽 빨간 링은 알마가 파장 0.87㎜, 오른쪽 빨란 링은 알마가 파장 3㎜로 관측한 화상이다. 항성 PDS 70가 중심인 행성계 내부 천체인 양쪽 녹색 영역은 켁망원경이 적외선 관측 장비, 파란색은 VLT의 광시야 분광기 뮤즈(MUSE)가 잡아냈다.
ESO 관계자는 "켁망원경 및 VLT가 잡은 행성들의 바깥쪽에 알마가 포착한 먼지들이 링 모양으로 분포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오른쪽 이미지에서는 특히 북서쪽(사진 상단 오른쪽)에 먼지 방사가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계행성은 지금까지 5000개 이상 발견됐고, 대부분 복수의 행성이 모여 행성계를 구성한다"며 "이 행성들은 젊은 항성을 둘러싼 원시행성계원반 내부의 마이크로미터(㎛) 크기 먼지에서 탄생한다고 생각되나 구체적인 형성 과정은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젊은 항성 PDS 70은 이를 둘러싼 원시행성계원반에서 행성 형성이 진행 중인 동시에 원반 안쪽에 이미 형성된 행성이 2개 발견된 유일한 천체다. PDS 70 주위의 먼지 분포를 조사하는 것은 거기서 형성된 행성이 원시행성계원반이나 행성의 추가 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중요한 단서다.
NRAO 관계자는 "행성 바깥쪽에서 발견된 먼지들은 이미 형성된 행성이 그 바깥쪽 좁은 영역으로 티끌을 쓸어 모으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 좁은 영역에 모인 티끌이 합쳐져 다음 행성이 만들어진다고 추측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태양계 같은 여러 행성으로 이뤄진 행성계의 형성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안쪽부터 차례로 행성을 낳는다는 가설이 일부 입증됐다"며 "이번 연구는 이미 형성된 행성이 주위 원반에 영향을 미쳐 행성계를 구성하는 과정을 처음 포착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