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시리아 수도 두르 샤르킨의 왕궁 정원과 거대한 별장 터가 2700년 만에 햇빛을 봤다. 아시리아 역사를 들여다볼 귀중한 유적은 이라크 북부 코르사바드에 오랜 세월 묻혀 있었다.
독일 뮌헨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미국지구물리학연합(AGU) 연차총회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아시리아 고대 도시 두르 샤르킨의 거대 건물 5채와 별장 127채의 흔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발견 상태였던 이들 구조물은 두르 샤르킨의 기원전 8세기 무렵 건축 양식에 대한 통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신아시리아 초대 왕 사르곤 2세는 기원전 713년 거대한 수도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사르곤의 요새를 뜻하는 두르 샤르킨이라는 이름을 직접 붙였다.

사르곤 2세를 이어 국왕이 된 센나케립이 수도를 니네베로 옮기는 바람에 애써 조성한 두르 샤르킨은 2700년 넘게 방치되고 잊혔다. 이후 무려 25세기가 지나갔고 1800년대와 1900년대 미국과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마침내 거대 궁전을 발굴했다.
당시 발견된 아시리아의 수호신 라마수 상은 머리는 인간, 몸은 황소에 날개를 가진 독특한 형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 소장된 라마수 상 외에 궁전 터, 가로세로 각 1.7㎞의 벽 이외에 이 고대 수도의 비밀은 오래 수수께끼로 남았다.
조사 관계자는 "아시리아의 찬란한 문화를 간직한 두르 샤르킨은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 국가(IS)에 약탈됐고, 2017년 이들이 철수한 뒤에야 본격적인 탐사가 가능했다"며 "한번 수난을 당한 유적인 만큼 훼손을 최소화하는 자력계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력계는 기존의 트렌치조사(유적의 유무나 분포를 빠르게 파악해 진행하는 발굴조사) 보다 훨씬 포괄적인 분석이 가능하고 유적에 손상을 주지도 않는다"며 "뭣보다 자력계는 유적 여기저기를 굴착하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자력계로 원격 조사한 새 유적의 규모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 연구팀 남은 조사가 완료되면 아시리아 고대 수도의 궁전뿐만 아니라 도시 구조의 전체상을 파악하고 인구 밀도 등 베일에 가린 사실을 알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