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현금보다 낭비가 쉽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과소비를 피하려면 가급적 카드보다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라고 조언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사람은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할 때 과소비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때문에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쓸데없는 것까지 사버릴 우려가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캐시리스 효과(cashless effect,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결제 행위가 야기하는 현상)를 다룬 1978~2022년 문헌 71편을 분석했다. 여기 담긴 데이터는 17개국 총 1만1257명이 진행한 결제 33만8513회분이다.
각 연구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효과량을 산출한 연구팀은 현금 대신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후불서비스, 온라인 결제 등으로 결제하면 지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캐시리스 효과는 지불하는 상황, 즉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서도 달랐다. 잘 알려진 브랜드의 고급 의류나 주얼리 같은 현시적 소비(타인에 보여주기 위한 소비행동)에서 현저한 반면, 음식점 종업원에게 주는 팁이나 자선단체 기부 같은 지불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조사 관계자는 "현금을 사용하면 지폐나 동전을 물리적으로 세어 주고 받기 때문에 지불이라는 행위가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며 "반대로 카드처럼 값을 치를 때 물리적으로 뭔가 주고받지 않으면 얼마를 썼는지 의식이 희미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 이상의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카드가 아닌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며 "비현금 소비 행위가 지출을 늘려버리는 일명 캐시리스 효과는 가설이 아닌 실제"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의 영향 등으로 캐시리스 사회로 이행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캐시리스 효과가 뚜렷한 카드 결제의 단점을 소비자들이 알고 개선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