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나르거나 미로를 헤쳐나가는 공동 작업 시 개미가 인간보다 뛰어난 집단 지성을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성이 뛰어난 개미는 집단 지성이 우수한 동물로 유명하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기 몸보다 큰 물건을 집단으로 운반하는 동물이 자연계에 인간과 개미뿐이라는 점에 착안, 어느 쪽의 지능이 우수한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윗변과 아랫변 길이가 다른 영어 알파벳 I 형태의 물체를 만들고, 이를 간단하게 옮길 수 없는 장애물을 마련했다. 이후 조건을 바꿔가며 개미와 인간들이 물체를 어떻게 옮기는지 지켜봤다.

개미들 여럿이 발휘하는 집단 지성은 인간의 상상보다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우선 인간 한 명과 개미 한 마리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사람이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다. 개미는 물체가 장애물에 걸리자 당황한 듯 계속 방향을 바꾸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해법을 찾았다.

다만 인간과 개미의 숫자를 늘린 집단 실험이 진행되면서 양상은 반대로 바뀌었다. 연구팀은 지능이 훨씬 높은 인간에 페널티를 주기 위해 I자 형태 물체에 사람 수만큼 핸들을 달고 이를 돌리는 식으로 옮기게 했다.

또한 인간 피실험자들은 원하는 만큼 의견 교환을 해도 좋은 A 그룹과 의견 교환이 원천 차단된 B 그룹으로 각각 나뉘었다. B 그룹 구성원들은 말은커녕 몸짓이 허용되지 않았고 눈빛이나 표정 교환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윗변과 아랫변 길이가 다른 I자 물체를 혼자 옮기는 개미. 개체가 늘어 집단이 될 경우 속도가 훨씬 빨랐다. <사진=와이즈만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실험 결과 B 그룹은 집단으로 물건 옮기기에 나선 개미들보다 기록이 떨어졌다. 실험 관계자는 "인간이 개미보다 느린 것은 핸들을 조작하는 특수한 운반법이 1차 원인"이라며 "의사소통이 제한된 B 그룹은 누군가 핸들을 잡고 밀거나 당기면 구성원 전원이 힘이 많이 드는 쪽에 맞추는 경향이 있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B 그룹은 의사소통이 허용된 A 그룹에 비해 빨리 움직이려는 경향도 있었다. B 그룹 구성원들은 실험 시작 후 짧으면 1초 안에 서로 움직이려 했다. 이와 달리 A 그룹은 우선 수십 초에 걸쳐 함께 작전을 짜면서 최단 경로를 파악했다.

실험 관계자는 "무리 지어 행동하는 개미는 생각보다 영리하며, 전체는 부분의 총합보다 크다"며 "같은 관심사로 뭉친 개미 집단은 경쟁보다는 협력에 바탕을 둔 단단한 사회임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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