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내부 천체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관찰하는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이 운석 충돌에 이은 강력한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운용 중단 위기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묵묵히 관측 활동을 이어가던 가이아가 지난 4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고 전했다. 모래알보다 작은 운석 조각이 충돌하면서 가이아의 관측 장치를 둘러싼 보호 실드가 파손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보호 실드가 부서지며 드러난 부위가 강한 태양폭풍을 맞으면서 센서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 5월 발생한 엄청난 태양폭풍 당시 가이아는 KO 직전까지 몰려 지상 운용팀에 SOS 신호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ESA가 운용하는 가이아 우주망원경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 관계자는 "운석 충돌에 이은 태양폭풍은 사람의 상처 부위에 소금을 바르는 것과 같다"며 "저위도 지역의 밤하늘에 오로라가 출현할 만큼 대단했던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가이아는 결국 오작동했다"고 전했다.

통상 가이아가 우리은하 내부의 천체를 관측한 뒤 지상 운용팀에 보내는 정보는 하루 25기가바이트 정도다. 다만 오작동을 일으킨 가이아는 그 몇 배나 되는 알쏭달쏭 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냈다. 운용팀은 가이아가 운석 충돌과 태양폭풍의 충격으로 혼란스러운 데이터를 대량으로 송출했다고 판단했다.

가이아 등 우주 관측 장비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수신하는 ESA의 말라르궤 관측소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 관계자는 "라그랑주 점에 뜬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직접 수리할 수는 없지만 지상 운용팀은 이번에는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었다"며 "일단 평상시와 같은 상태까지는 만들어놨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가이아가 뜻하지 않은 상황을 또 겪을 경우 기체 수명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이아는 우리은하에 자리한 천체 약 10억 개의 3차원 정밀 지도를 만들기 위해 2013년 발사됐다. 현재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L2 라그랑주 점에서 관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 미션은 6년간 예정됐으나 벌써 10년 넘게 활약하고 있다. 가이아는 이 과정에서 125억 년 이상 전에 탄생한 우리은하의 가장 오래된 천체를 발견하는 등 여러 공적을 세웠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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