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이 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등장했다. 일본 제약업체와 대학교가 공동으로 제안한 대안은 기계학습 모델이다.
일본 로토제약과 나고야시립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0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를 통해 동물복지를 실현할 기계학습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식품이나 제약,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동물실험이 이뤄져 왔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미 식품의약국(FDA)은 동물 실험을 배제한 약물의 신약 승인에 나서는 등 정책도 바뀌었다.

문제는 동물 실험이 없어질 경우의 대안이다. 인공 장기(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실험 등이 제안됐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문제였다. 이에 로토제약과 나고야시립대는 동물의 희생 없이 컴퓨터를 활용하는 기계학습 모델을 제작했다.
세부적으로 연구팀은 약물이나 화장품에 사용되는 난용성 물질의 눈 자극성을 평가하는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여러 화학물질이 눈에 미치는 영향을 동물 실험 없이 조사한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다.
실제 동물을 이용해 물질의 안전성을 알아보는 방법을 인 비보(in vivo)라고 한다. 인 비보 대신 동물에서 추출한 조직을 시험관이나 배양기 안에서 실험하는 것은 인 비트로(in vitro), 화학물질만 이용해 반응을 보는 것은 인 케미코(in chemico), 컴퓨터로 평가하는 것은 인 실리코(in silico)다.

실험 관계자는 "기계학습을 이용한 이번 평가법은 화학물질의 화학구조 정보만을 사용해 단시간 진행되는 인 실리코"라며 "검증 결과 인 비보, 인 비트로 평가 내용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계학습 모델을 이용하면 인공 합성이 어렵고 인 케미코도 활용하기 까다로운 물질도 쉽게 평가할 수 있어 폭넓은 분야에 응용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동물 실험 폐지 움직임은 1954년 영국 동물복지대학연합의 인도적 동물 실험 연구에서 출발했다. 동물학자 윌리엄 러셀과 미생물학자 렉스 버치는 동물을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용 동물을 줄이는(reduce)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실험할 경우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는 실험 방법의 개선(refinement) 등 3R 원칙을 제창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