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과 최대 위성 카론이 일시적으로 들러붙었다 떨어지면서 현재의 궤도가 형성됐다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다. 학계는 지름 약 2400㎞의 명왕성이 거대한 카론을 어떻게 붙잡고 있는지 해명할 중요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명왕성과 카론이 약 45억 년 전 한 덩어리로 붙었으며, 이후 분리될 때 인력에 의해 안정된 궤도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카론은 지름 약 1210㎞의 커다란 위성이다. 명왕성의 절반이 넘는 크기를 자랑하는 카론이 어떻게 위성으로 붙들려 있는지 수수께끼였는데,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이른바 키스 앤 캡처(kiss and capture) 이론이 가장 타당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때 태양계 행성이던 명왕성은 천체가 밀집한 태양계 끝자락 영역 카이퍼 벨트에 속한 왜소행성이다. 그 최대 위성인 카론은 워낙 커 이중행성에 가까운 관계다. 태양계 주변에는 이러한 큰 위성을 가진 천체가 드물기에 그 형성 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거대한 천체가 명왕성에 충돌해 카론이 형성됐다고 추측될 뿐이었다.
연구팀은 명왕성과 카론이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져 온통 얼음과 바위로 뒤덮인 점에 주목했다. 두 천체의 충돌은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았고 얼음 덕분에 착 달라붙어 약 10~15시간에 걸쳐 융합됐다. 키스를 나눈 남녀처럼 이내 분리되면서 형성된 안정된 궤도가 현재에 이른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조사 관계자는 "만약 두 천체가 액체와 같은 물질을 가졌다면 완전히 융합해 일체화했을 텐데, 얼음층이 워낙 두터워 강도가 둘은 분리되고 독립된 천체로 남았을 것"이라며 "엄청난 충격의 충돌이 아니라는 점에서 키스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키스 앤 캡처 이론이 다른 천체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왜소행성 에리스와 위성 디스노미아, 소행성체(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 중 행성이 아니면서 혜성도 아닌 것) 오르쿠스와 그 위성 반트를 꼽았다.
조사 관계자는 "카이퍼 벨트에는 명왕성 외에도 큰 위성을 가진 천체가 여럿 존재한다"며 "각각의 천체는 구조나 질량이 다르지만 키스 앤 캡처 이론의 범주 안에 드는 만큼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