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이전에 고대 유럽을 평정한 켈트족은 여성 중심의 사회였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켈트인은 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에 살던 고대 민족의 총칭으로 철기시대부터 크게 번영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더블린 및 영국 본머스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기원전 1세기부터 영국 남부에 터전을 잡은 고대 켈트족의 사회 구성을 알아보기 위해 약 2000년 전 현재 영국 도싯에 살았던 듀로트리게스(Durotriges)족 유골 57구를 조사했다. 같은 매장지에서 나온 유골의 DNA를 일일이 분석한 연구팀은 부족민들이 몇 세기 전 살았던 단 한 명의 여성에서 비롯된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를 주도한 라라 카시디 연구원은 "이러한 패턴은 영국 전역의 유적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영국 철기시대 켈트족이 유력한 여성 가계에 남성들이 들어오는 모계사회였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켈트인은 독자 언어나 종교, 문화를 가졌고 아일랜드나 브리튼 제도, 갈리아(현재의 프랑스)에 많이 살았다. 한 갈래인 듀로트리게스족은 로마의 침공을 받기 전까지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연안부를 지배했다.
라라 카시디 연구원은 "고대 로마어로 미지의 사람을 뜻하는 켈트인은 수수께끼가 많다"며 "현재 알고 있는 대부분은 영국을 침공한 고대 로마인이 남긴 기록에 근거한 것으로, 이번 DNA 분석은 켈트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도싯의 묘지에 잠든 듀로트리게스족 DNA 분석을 통해 밝혀진 것은 이들의 85%가 친척이라는 사실"이라며 "더구나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매우 희귀한 미토콘드리아 DNA(mtDNA) 'U5b1'을 가졌고 Y염색체는 다양했다. 이는 외가 계통이 같지만 친가 계통은 다양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골의 켈트인 외가를 거슬러 올라간 연구팀은 이들이 죽기 수세기 전에 활동한 단 한 명의 여성에 도달하는 점을 눈치챘다. 시조가 되는 여성은 딸 넷이 있었고, 이렇게 확장한 가계는 적어도 2세기 이상 이어졌다. 이런 특징적인 mtDNA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듀로트리게스족은 거의 남성이었다.
학계는 유럽 전역의 150개 넘는 유적에서 수집된 유골의 유전자 데이터 분석에서 비슷한 패턴이 확인된 점에서 이번 발견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같은 무덤에 묻혔다고 해서 반드시 공동생활한 일족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