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지어 이동하는 개미는 일정 속도를 지키며, 추월을 엄금해 교통 흐름을 유지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미는 다친 동료의 다리를 이빨로 끊어 외과수술을 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등 놀라운 능력이 하나둘 확인되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환경공학자 마르코 구에르에리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Transportation Research Interdisciplinary Perspectives' 1월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개미의 행렬은 질서 정연하게 끝없이 이어진다. 개미들이 촘촘한 간격에도 부딪치지 않고 이동하는 비결을 토목공학 및 환경공학 측면에서 들여다본 연구팀은 일종의 교통 제어 시스템을 발견했다.

마르코 교수는 "이동하는 개미떼를 다각적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준비하고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한 심층 분석에 나섰다"며 "뉴럴 네트워크, 즉 인공 신경망을 활용해 동영상 속 개미 각각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궤적, 속도와 전체적인 흐름, 밀도를 매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개미 행렬은 차량과는 달리 거의 정체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판명됐다. 마르코 교수는 "이것이 가능한 것은 모든 개미가 거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라며 "또한 개미들은 복수의 이동경로를 사용하고 좀처럼 다른 개체를 추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수는 "인간의 차량 이동과 비교해 가장 구분되는 것은 개미들이 서로 추월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한 마리의 개미가 경로를 벗어나 뒤쪽 개미에게 추월당하는 일은 있어도 나란히 걷는 개미가 억지로 앞의 개미를 따라잡는 일은 결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개미들은 여러 개의 소대를 만들어 그 대열 내에서 걷는 속도를 일정하게 맞췄다"며 "간혹 단독 행동하는 개미가 보였지만 앞서가는 소대가 발하는 강렬한 페로몬을 감지하고 대열을 따라잡으려 빠르게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런 개미들의 이동 방법을 차량에도 응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다른 자동차와 통신해 보다 매끄러운 흐름을 유지하는 협력형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개미가 페로몬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자동차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각 차량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평균 차간 거리를 줄여 인위적으로 매끄러운 대열을 형성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