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이 창조한 안료 이집션 블루(Egyptian blue) 덩어리가 로마 네로 황제의 궁전에서 발굴됐다. 인류 최초의 인공 안료로 평가되는 이집션 블루는 고대인의 뛰어난 기술을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 로마 고고학 박물관(Parco archeologico Colosseo)은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로마제국 5대 황제 네로의 거처로 잘 알려진 도무스 아우레아에서 이집션 블루 덩어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항아리에 담긴 이집션 블루는 안료 무게만 약 2.4㎏으로 상당한 양이다. 보통 이집션 블루는 미세한 분말이나 작은 알갱이 형태로 발견되며, 이렇게 큰 덩어리는 매우 드물다.
박물관 관계자는 "도무스 아우레아 내부 프레스코화를 장식하기 위해 안료를 사용한 장인들의 공방도 새로 확인됐다"며 "미술가들의 공방에 자리한 항아리의 잔류물을 조사하면 당시 화풍이나 안료 기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집션 블루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합성 안료다. 이산화규소와 석회, 구리를 포함한 광물, 탄산나트륨 혼합물을 고온에서 달궈 만든다"며 "복잡한 화학반응을 동반하는 이집션 블루의 합성 과정은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저서 '건축론(De Architectura)'에서 처음 언급할 만큼 로마와 관련이 깊다"고 덧붙였다.
이집션 블루는 기원전 3000년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됐고, 훗날 로마의 예술과 장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가 됐다. 섬세하고 세밀한 프레스코화에도 사용된 이집션 블루는 피부톤에 미묘한 음영을 만들거나 옷주름에 깊이를 더하는 등 예술가들에게 매우 귀중한 안료였다.
박물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술품의 가치를 올려주는 이 안료는 세련된 로마 예술의 상징이 됐고, 풍부한 시각효과를 낳기 때문에 그 평가는 지금도 대단하다"며 "발견된 안료 덩어리의 크기와 무게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 커다란 안료 덩어리는 도무스 아우레아에서 작업하던 장인들이 높은 전문성을 가졌고 고도의 수법으로 궁궐을 장식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네로가 도무스 아우레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생각하게 한다"며 "호화찬란한 궁궐 건설에 참여한 장인들의 탁월한 솜씨와 품위 있고 우아한 기술을 더욱 부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금의 집을 뜻하는 도무스 아우레스는 서기 64년 로마 대화재 이후 네로의 명에 의해 건설된 기념비적인 궁전이다. 로마 중심부 오피오 언덕에 세워져 네로의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됐다. 대화재 후 바로 시작된 건설 작업은 몇 년에 걸쳐 계속됐고 서기 68년 네로가 죽기 전에 거의 완성됐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집션 블루의 파란색이 자아내는 매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이며, 도무스 아우레아의 곳곳을 장식한 영롱한 색채는 르네상스 예술 연구에서도 중요하다"며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은 도무스 아우레아의 프레스코화를 재발견하고 고대 로마의 풍부한 장식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