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 수수께끼의 유물 '생벨렉의 석판(Saint-Belec slab)'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남브르타뉴대학교 고고학자 이반 파예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약 120년 전 발견된 '생벨렉의 석판'은 진귀한 유물이 묻힌 위치를 표시한 지도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1900년 프랑스 고고학자 폴 뒤 샤틀리에가 브르타뉴 지방의 청동기시대 고분에서 발견한 '생벨렉의 석판'을 분석했다. 길이 약 2.2m, 폭 약 1.5m, 무게 약 1t인 이 석판 표면에는 선과 원이 새겨졌고 군데군데 작은 홈이 파였다.

제작 목적이 120년 넘게 불분명했던 생벨렉의 석판 <사진=프랑스 국립 고고학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고고학자들은 '생벨렉의 석판'이 무슨 용도인지 오랫동안 조사했다. 다만 납득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없어 석판의 주된 목적은 오랜 시간 수수께끼였다. 발견자인 샤틀리에 역시 석판 분석에 매달렸지만 소득 없이 1911년 세상을 떠났다.

이반 파예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우리는 '생벨렉의 석판'이 기원전 2150년에서 기원전 1600년 사이 제작된 지도라고 결론 내렸다"며 "이 석판은 청동기시대 유럽에 거주한 고대인들이 상당한 지적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교수는 "석판을 3D 스캐너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모양의 80%가 실제 브르타뉴 르두알렉 지역의 산, 하천과 일치하는 것을 밝혀냈다"며 "샤틀리에조차 비밀을 풀지 못해 오랜 세월 프랑스 국립 고고학박물관에 잠들었던 '생벨렉의 석판'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국립 고고학박물관 지하에 보관된 생벨렉의 석판을 조사하는 이반 파예 교수 연구팀 <사진=이반 파예>

르두알렉은 프랑스 파리에서 서쪽으로 500㎞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연구팀은 '생벨렉의 석판' 속에 대략 21㎞ 범위의 지형이 담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반 파예 교수는 "10월 중순 이후 석판의 보다 정확한 연대를 알기 위해 실제 장소에 대한 조사를 병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감춰졌던 석판의 파편도 일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도는 청동기시대 초기 지배자가 묻힌 무덤을 표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무덤을 찾을 수만 있다면 다양한 무기나 보물 등 화려한 부장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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