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도 능숙하게 빠져나가는 종잇장처럼 얇은 로봇이 개발됐다. 생물의 특징을 딴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 기술의 눈부신 발달상을 보여주는 이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오염된 시설이나 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연구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종잇장처럼 얇고 애벌레처럼 기어 이동하는 바이오미메틱스 로봇을 선보였다. 강판을 벨트처럼 이어 붙인 캐터필러에서 착안한 이 로봇은 길이 9㎝에 마치 나방 애벌레처럼 기어 아주 좁은 문틈이나 상자 밑을 통과한다.

일반적으로 로봇 하면 딱딱한 기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생물, 특히 인간의 신체 움직임을 모방한 바이오미메틱스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건물 붕괴 등 재난 현장의 생존자 탐색을 위해 만들어진 생쥐 또는 곤충 형태의 소형 로봇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미메틱스 로봇. 애벌레 동작을 구현해 아주 좁은 공간을 빠져나간다. <사진=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로봇은 애벌레가 몸통을 접었다 펴며 이동하는 것과 흡사한 동작을 보여준다. 연구팀 관계자는 "아주 얇은 몸체는 두 종류의 폴리머를 정교하게 겹쳐 완성했다"며 "그 위에 터치스크린에 주로 사용되는 은나노 와이어를 심어 동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에서 은나노 와이어는 일종의 히터 역할을 한다. 로봇 몸통 곳곳에 전기가 드나드는 리드 포인트를 배치하고 여기에 전기를 흘리면 은나노 와이어가 발열한다. 이때 은나노 와이어 아래에 깔린 폴리머 중 위쪽은 이완하고 아래쪽은 수축하면서 마치 애벌레처럼 움직인다. 

이중 폴리머와 은나노 와이어를 결합한 애벌레형 바이오미메틱스 로봇. 전진은 물론 후진도 가능하다. <사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전기를 흘려 발생기는 폴리머의 곡률(휨) 차이를 이용하면 로봇이 마치 애벌레처럼 기어 다닐 수 있다. 전진은 물론 후진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탐지견 등 생명체가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거나 진입로가 막힌 시설에서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로봇 동작 시 발열량을 줄이고 이동 속도를 더 끌어올린 뒤 미국 소방대나 군과 협의해 실전 투입을 고려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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