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새끼 참새를 익사시키는 장면이 과학자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미국 조지아서던대학교 조류학자 코리나 뉴섬 교수는 2019년 6월 5일 조지아의 염생습지(갯벌과 하천이 만나 소금기와 습기가 있는 지형)에 서식하는 바다멧참새(Ammospiza maritima)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해 둥지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조지아의 습지에는 여러 종류의 새가 서식하고 있으며, 그 중 바다멧참새는 밀물일 때 잠기기 쉬운 낮은 지역에 둥지를 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높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까마귀나 긴꼬리검은찌르레기(Grackles) 등 큰 새를 비롯해 라쿤, 습지쌀쥐(Marsh rice rat), 아메리카밍크 등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최근 확인한 결과, 포식자는 놀랍게도 은연어(mummichog)라는 작은 물고기였다. 이는 북미 대서양 해안의 담수 및 담해수, 해수에 분포하는 송사리과의 작은 물고기다. 길이는 최대 9㎝로 저산소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잘 적응하며 달팽이나 조개 및 기타 물고기 등 다양한 수생 동물을 먹이로 삼는 억센 종이다.
비디오 속 둥지에는 두 개의 알과 그날 일찍 부화한 새끼 한 마리가 보인다. 밀물이 닥치며 둥지 주위에 물이 차오르자, 갑자기 물고기 한 마리가 둥지 가장자리 위로 튀어나와 물 위에 떠있는 새끼를 입에 물고 물 속으로 당기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뉴섬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새끼가 익사할 때까지 입에 물고 몸부림쳤다.
둥지가 물에 가라앉는다고 해서 바다멧참새 새끼들이 모두 익사하는 것은 아니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체온이 너무 떨어지기 전에 물이 빠지면 갓 태어난 새끼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뉴섬 교수는 "다만 포식자가 물을 통해 둥지에 접근한다면 이는 완전히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런 사례는 이전에 과학자들에 의해 보고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에서 둥지가 높아질수록 포식자도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많았다"며 "이번 사례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수생 포식자를 리스트에 추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관찰 결과는 조류학 윌슨 저널(The Wilson Journal of Ornithology)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