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600만 년 전 동물의 토사물 화석이 덴마크 해안가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동물의 토사물 화석은 당시의 먹이사슬이나 생물 다양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여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덴마크 팍세 지질박물관(Geomuseum Faxe)은 지난달 말 조사 보고서를 내고 스테운스 클린트(Stevns Klint)에서 발굴된 6600만 년 전 동물의 구토물 화석을 소개했다. 스테운스 클린트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지질학적 유산으로 총길이 약 15㎞에 이르는 덴마크 해안가의 절벽이다.
이곳은 백악기 말 지구에 떨어진 칙술루브 충돌체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물론 칙술루브 충돌구의 정확한 위치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해저면이지만 스테운스 클린트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밀려온 수십억 t에 달하는 돌덩이와 먼지, 동식물의 잔해 등이 화석화됐다.

구토물 표본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화석 수집가 피터 데니케 씨가 주웠다. 스테운스 클린트를 오가던 중 깨진 돌 안에 기묘한 형태의 파편이 담긴 것에 눈길이 간 그는 표본을 팍세 지질박물관으로 가져가 분석을 의뢰했다.
화석 전문가가 들여다본 결과, 이는 6600만 년 전 다른 두 종의 바다나리(갯나리, sea lilies)가 뒤섞인 구토물로 결론이 났다. 바다나리 중에서 소화가 늦게 되는 부분이 화석으로 남은 것인데, 어떤 생물이 섭취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박물관은 전했다.
덴마크 정부는 화석을 지구상에서 발견된 독특한 자연사적 가치가 있는 표본으로 보고 있다. 과연 어떤 동물이 바다나리를 섭취했는지 밝혀낸다면 고대 해양 생태계의 수수께끼를 여럿 풀어낼지 모른다고 학자들은 기대했다.

팍세 지질박물관 관계자는 "극피동물인 바다나리는 연조직으로 구성되는 생물로 잡아먹어도 별다른 영양분이 되지는 않는다"며 "바다나리는 몇 차례에 걸친 지구 대멸종을 모두 버틴 살아있는 화석인 만큼 이번 표본의 연구는 고생물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덜 소화된 바다나리가 생생하게 보존된 이번 화석의 조직을 채취해 보다 면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분석 작업과 별도로 오는 10일부터는 화석을 일반에 전시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