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7~8세기 유적에서 발굴된 동전과 공물은 악마와 연관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적이 지역민들의 종교시설이라는 점에서 많은 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오토 브링켐퍼 연구원 등 연구팀은 2019년 헤징겐 유적에서 나온 금화와 은화, 귀금속과 유구 등을 분석한 조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헤징겐은 네덜란드 동부에 자리한다. 여기에서는 1300여 년 전 이뤄진 특별한 종교의식의 흔적이 여럿 나왔다. 중세 초기 게르만·북유럽 세계 일부에서는 기독교가 처음 전해진 7~8세기 이전의 종교나 신앙 체계가 활발히 연구됐지만 네덜란드는 그렇지 않다.

브링켐퍼 연구원은 "헤징겐의 들판에서 금속탐지기에 의해 고대 동전이 여러 개 발견됐다"며 "체계적인 발굴 작업 결과 특징적인 유구도 많이 출토돼 당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긴 시설이 존재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헤징겐 유적에서 2019년 발굴된 금화와 은화. 선교사들은 이를 악마의 화폐로 규정했다. <사진=오토 브링켐퍼>

이어 "유구에는 구멍이 난 나무 기둥이 동서로 배치됐는데, 이는 계절을 알기 위한 장치로 생각된다"며 "동로마제국에서 사용한 작은 금화와 은화를 비롯해 정밀 세공된 귀금속도 여럿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헤징겐의 유적이 계절별로 종교나 농사와 관련된 중요한 의식을 거행한 장소라고 결론 내렸다. 기독교가 전해지기 전, 중세 선교사가 적은 문서도 나왔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브링켐퍼 연구원은 "기독교를 전파하려는 선교사들을 현지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은 모양"이라며 "헤징겐 사람들은 나름대로 신이 있었고, 이들에게 값비싼 동전과 귀금속을 바쳤다. 기독교 선교사들은 이를 우상숭배라고 규정하고 바친 동전들을 디오볼겔데(Diobolgeldæ), 즉 악마의 돈이라 불렀다"고 설명했다.

헤징겐 유적에 설치된 나무 기둥. 윗부분의 장식이 인상적이다. <사진=오토 브링켐퍼>

연구원은 "기독교는 부정한 돈은 탐욕 자체이며 거짓된 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여겼다"며 "이 종교의식의 장은 지역 유력인사들이 재력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헤징겐의 종교시설은 기독교 개종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7~8세기 버려진 것으로 연구팀은 생각했다. 기록에 따르면 기독교 선교사들은 760년경 이 지역을 여행했고, 최초의 기독교 교회가 세워진 것도 대략 같은 시기다.

다만 네덜란드 전역에 기독교가 보급된 것은 적어도 1세기는 뒤의 일이다. 즉 헤징겐 사람들은 악마의 화폐로 대표되는 토착 신앙을 버리고 기독교를 택한 최초의 사람들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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