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도 4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지금과 사뭇 다른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페라라대학교 유전학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유럽인이 가진 밝고 하얀 피부의 역사를 고찰하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유럽 사람들의 피부색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약 5만 년에 걸친 유럽인들의 유전자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밝은 피부의 사람이 유럽인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4~5세기 무렵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구석기시대 러시아와 중석기시대 스웨덴 등 유라시아 대륙에서 발굴된 유골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럽인의 피부색 변화를 추적했다"며 "4만5000~1만3000년 전 구석기시대, 유럽인은 누구나 색소가 짙고 어두운 피부를 가졌고 이는 신석기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 사람들의 피부색 변화 요인으로는 햇빛이 꼽혔다. <사진=pixabay>

이어 "1만4000년 전 중석기시대, 북유럽에서 작지만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밝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라며 "유럽인 최초의 백인들은 약 7000년 동안은 꽤 드문 존재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추측대로라면 유럽 지역 백인의 숫자가 일정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은 1세기다. 다시 4~5세기가 돼서야 백인이 유럽인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러한 피부색의 변천은 지역차이가 꽤 컸다"며 "예컨대 최초로 백인이 탄생한 북유럽은 밝은 피부로 변화가 빨랐지만 남유럽은 같은 시기라도 어두운 피부색이 다수였다. 광활한 영토를 지배한 로마제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영국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85%가 어두운 피부색이었다"며 "기원전 3500년까지는 반반, 기원전 500년경 청동기시대 말기에는 밝은 피부가 25%, 어두운 피부가 25%, 중간이 50%였다"고 전했다.

피부색의 전환은 유럽 국가들 중 프랑스가 가장 빠른 것으로 추측됐다. <사진=pixabay>

프랑스의 경우 비교적 변화가 빨라 중석기시대에 3분의 2를 차지하던 어두운 피부색이 기원전 100년경에는 거의 100% 밝은 피부색으로 변화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연구팀은 유럽에서 이런 피부색 변화가 일어난 이유로 햇빛을 꼽았다. 색소가 짙은 검은 피부는 햇볕이 강한 지역에서는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유리하다. 색소가 옅은 흰 피부는 자외선을 잘 흡수하며 뼈와 근육 유지에 필수적인 비타민D를 만드는 데 편리하다.

조사 관계자는 "아프리카대륙에 살던 인류의 조상들은 강한 햇볕에 노출돼 어두운 피부색이 유리했다"며 "약 7만 년 전 인류는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각지에 퍼졌고 북유럽으로 떠난 사람들은 일조량의 변화를 경험했다. 이때 피부색의 변화가 활발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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