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이 뇌를 조종하는 메커니즘이 학자들의 노력으로 일부 규명됐다. 장내 세균은 뇌를 움직여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분자생물연구소(EMBL)는 지난달 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장내 세균은 단백질과 당을 이용해 뇌를 조작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몸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단백질에는 다양한 당이 부착되며, 이를 글리코실화라고 한다.
조사 관계자는 "뇌와 장이 밀접하게 연결된 사실은 선행 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졌다"며 "과거 연구에서 장내세균총이 고독감이나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시사됐다. 알츠하이머병이 장내 세균에 의해 감염된다는 놀라운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청년의 변에 포함된 장내세균총을 이식해 뇌의 기능이 젊어질 가능성마저 최근 제기됐다"며 "우리 연구는 장과 뇌의 연결고리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BL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장내세균총이 이 글리코실화를 활용해 뇌의 기능을 좌우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만드는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동시에 세포의 에너지다. 당 역시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다.
당에는 그 밖에도 쓰임새가 있다. 단백질에 달라붙음으로써 그 기능을 바꾸는 글리코실화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중요한 글리코실화지만 지금까지 그 구조를 제대로 해석한 연구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DQGlyco라는 방법으로 간편하게 글리코실화한 단백질을 농축했다. 이를 통해 쥐의 체내에 있는 15만 개 넘는 글리코실화한 단백질(프로테오폼)의 조직이나 각 세포의 패턴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조사 관계자는 "글리코실화가 신경의 전달이나 축삭의 성장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실은 전부터 알려져 있다"며 "일반 쥐와 장내 세균이 전혀 없는 쥐를 비교하자 뇌내의 글리코실화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차이는 인지나 축삭의 성장 등 뇌의 기능에 관계하는 단백질에서 자주 확인됐다"며 "즉 장내 세균은 단백질의 글리코실화를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뇌의 기능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장내 세균이 뇌를 조종하는 수단이 이것뿐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2022년 연구에서는 뇌의 시상 하부 뉴런이 장내 세균의 활동을 직접 감지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사 관계자는 "원래 인간의 뇌가 커진 것은 장내 세균 덕분이라는 설도 있다"며 "이렇게 밀접한 관계에 있는 뇌와 장내 세균에 대해 앞으로도 놀라운 발견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