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조류의 충돌을 막기 위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를 까맣게 도색하는 색다른 시험에 나섰다. 조류의 풍력발전기 충돌 사고는 매년 증가세인데, 이번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는 해상에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날개를 검은색으로 칠하는 시험을 최근 시작했다. 이는 조류의 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첫 시도다.

풍력발전소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도입 중인 친환경 발전시설이다. 산에 조성하던 것을 해상에 만드는 추세인데, 새들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날개에 충돌해 죽는 사고가 빈발한다.

현존하는 풍력발전기의 날개(블레이드)는 대부분 흰색이다. <사진=pixabay>

DEFRA 관계자는 "풍력발전소는 인간에 이로운 시설이지만 새가 사는 환경을 바꿔버릴 수 있고 충돌 사고를 유발한다"며 "건설 소음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도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풍력발전기 날개를 검게 칠하는 것은 새 입장에서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라며 "이 프로젝트의 기반이 된 2020년 노르웨이 연구에서 풍력발전기 날개 일부를 검게 칠하자 새들의 충돌이 약 70% 감소했다"고 전했다.

DEFRA는 현재 북해에 자리한 풍력발전소 일부의 날개를 검게 도색하고 있다. 이밖에 줄무늬 등 다양한 디자인도 실험 중이다. 풍차 날개에 자외선(UV) 코팅을 입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외선은 새에게 잘 보이기 때문에 충돌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조류의 충돌 사고는 풍력발전기를 비롯해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에서도 빈발한다. <사진=pixabay>

조류의 충돌 사고는 풍력발전기는 물론 사람이 만든 다양한 인공물이 야기한다. 미국 뉴욕 고층건물 유리창에 새가 충돌해 죽는 일이 계속되자 2022년 건축업계 전문가들이 새 충돌을 막는 법을 만들라고 행정부에 제언했다.

이런 노력에도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아직 새의 충돌을 막을 명확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이번 발전기 날개 도장 실험이 성공하면 언젠가 건축 분야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DEFRA는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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