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폴리머를 거미줄처럼 토해 상황에 맞게 형체를 만들어가는 신개념 로봇이 등장했다. 얼마든 변형이 가능한 이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교 로봇공학 연구팀이 12일 공개한 로봇은 상황에 따라 합성 폴리머 실을 뽑아내 스스로의 몸을 구성한다.

연구팀이 이런 유형의 로봇을 만든 이유는 환경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즉 이 로봇은 주변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해 스스로 몸의 형태를 바꿔 유연하게 대처한다.

타르투대 마리 비스마르 연구원은 “우리가 추구한 로봇의 핵심은 환경에 대한 유연성”이라며 “챗(Chat)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유연함이 특징인데 로봇도 그와 같아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로봇공학자들이 만든 형체가 없는 로봇 <사진=마리 비스마르>

연구원은 “인간이 지금의 로봇과 다른 점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하는 임기응변”이라며 “미리 설계된 외형을 갖지 않고 주변에 맞춰 능동적으로 형체를 바꾸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도 기능하는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연구팀이 떠올린 것은 거미줄이다. 이 로봇은 거미의 실 같은 합성 폴리머를 뽑아내 스스로의 몸을 구성한다.

마리 비스마르 연구원은 “우리 로봇은 가열된 폴리머 용액을 거미줄처럼 사출한다”며 “폴리머 용액이 식으면 가느다란 섬유로 변화하고, 수많은 가닥이 모여 로봇의 형상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거미줄처럼 합성 폴리머를 뽑아내 형태를 잡아가는 로봇 <사진=마리 비스마르>

이어 “외형이 정해진 일반 로봇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합성 폴리머 로봇은 능숙하게 움직였다”며 “합성 거미줄은 물체의 형상이나 재질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면에 들러붙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기본적인 형체가 없는 이 로봇이 고도화되면 다양한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고 재난현장의 인명 구조작업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마리 비스마르 연구원은 “우리 로봇은 상황 예측이 어려운 현장에서 얼마든 활용 가능하다”며 “로봇에 대한 그간의 발상을 뒤집은 이번 결과물은 우주개발에 있어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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