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0만 년 전 골각기가 아프리카에서 수십 점 발굴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역사학자들은 초기 인류의 도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스페인 국립 연구 협의회(CSIC)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분석 보고서를 내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나온 150만 년 전의 골각기들을 소개했다. 골각기란 동물의 뼈나 뿔, 이빨 등을 활용해 만든 도구를 일컫는다.

이번 골각기는 코끼리나 하마의 상완골 같이 튼튼한 뼈로 만들어졌다. 연대 측정 결과는 실로 놀라워서,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가장 오래된 골각기보다 무려 100만 년이나 오래됐다.

코끼리 상완골을 활용한 골각기. 제작 연대는 약 150만 년 전으로 확인됐다. <사진=CSIC 공식 홈페이지>

CSIC 이그나시오 데 라 토레 연구원은 "초기 인류의 도구 제작 기술은 주로 석기에 초점을 맞춰 고찰됐는데, 이번 골각기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고도의 기술을 가늠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도구의 기술은 인류의 진화에 매우 중요했다. 석기의 등장은 인간속 출현보다 빨라 330만 년 전 탄생했다고 여겨진다"며 "뼈로 만든 골각기는 증거가 부족했던 만큼 이번 발견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류학자들은 초기 인류가 사냥에서 잡은 동물의 뼈로 도구를 만들었다고 추측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자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대는 40만~25만 년 전, 지역은 유럽 유적에 한정돼 있었다. 골각기로 보이는 더 오래된 유물도 나왔지만 의도적으로 가공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올두바이 계곡에서 나온 골각기들. 코끼리 또는 하마의 뼈로 제작됐다. <사진=CSIC 공식 홈페이지>

CSIC가 분석한 골각기들은 2015~2022년 탄자니아 북부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에 자리한 올두바이 계곡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응고롱고로는 탄자니아의 대표적인 칼데라 지형으로 수많은 야생동물의 터전이다. 올두바이 계곡은 인류가 최초로 언어를 사용한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그나시오 연구원은 "인류 역사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장소에서 나온 골각기는 의도적으로 부수거나 박편한 흔적이 뚜렷했다"며 "이는 초기 인류가 예리하고 튼튼한 도구를 만들려고 가공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예리하게 가공한 골각기. 동물의 살을 발라낼 때 쓴 것으로 추측됐다. <사진=CSIC 공식 홈페이지>

연구원은 "150만 년 전 사라진 올두바이 문화의 말기에 사용된 이 골각기들은 초기 인류가 사냥한 동물의 뼈를 적극 활용했음을 의미한다"며 "초기 인류의 도구 제작 기술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이번 골각기의 용도는 분명하지 않지만 동물의 살을 가르거나 발라내는 데 썼다고 봤다. 학자들은 이번 성과를 통해 골각기가 일반화된 것은 약 250만 년 전이라고 봤던 기존 가설이 바뀔 것으로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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