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개발한 소형 이족보행 로봇이 풍부한 감정을 담은 대화가 가능한 단계까지 진화했다. 디즈니 픽사 영화 ‘월E(WALL-E)’가 점점 현실이 되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디즈니 계열사 디즈니 리서치 허브는 최근 공식 유튜브를 통해 로봇 BDX 드로이드(Droids)가 주변 환경에 따라 감정을 실시간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동영상 속 BDX 드로이드는 풀이 죽거나 화를 내고 기쁨을 표현하는 등 사람처럼 감정 상태를 드러냈다. 이는 인간의 조작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시간 기계학습을 거듭한 결과다.
2008년 개봉한 ‘월E(WALL-E)’를 떠올리게 하는 BDX 드로이드는 디즈니 계열사 디즈니 리서치 허브가 수년 전 개발했다. 당시 깜찍한 이족보행 기술과 일부 감정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몇 해 만에 정밀한 동작과 보다 세밀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디즈니 리서치 허브 관계자는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간의 동작과 감정을 순식간에 이해하고 그에 따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라며 “이제 이 로봇은 감정표현이 풍부한 대화를 인간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로봇이 보여주는 반응은 운영자의 경험에 크게 좌우됐지만 이 로봇은 자율적으로 인간과 교류한다”며 “여전히 BDX 드로이드는 초기 단계이지만 AI 덕에 빠르게 발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BDX 드로이드는 주변에 사람이 감지되면 손을 흔들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고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 데이터 세트도 훈련한다. 모션 캡처 시스템으로 인간 및 주변 사물의 움직임, 자세, 행동을 배우고 때로는 대화가 없어도 분위기 만으로 특정 정보를 기록하고 학습한다.

디즈니 리서치 허브 관계자는 “이제 AI 로봇은 아이가 부모의 언행이나 태도를 본보기 삼아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자아를 형성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우리 기술은 다른 로봇에도 적용 가능한 만큼 활용 범위는 사실상 무한대”라고 언급했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디즈니 리서치 허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스위스 취리히 등에 거점을 뒀다. 애니메이션의 기본이 되는 컴퓨터 그래픽(CG)을 개발하다가 지금은 로봇 기술, AI까지 분야를 넓혔다.
진화를 거듭하는 디즈니의 BDX 드로이드는 현재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에 실전 투입돼 놀라운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